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심판 청구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내렸다.헌재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周善會 재판관)는 14일 오전 10시 대심판정에서 열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심판 청구 사건 선고재판에서 "탄핵 결정에 필요한 재판관수(6명)의 찬성을 얻지 못해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헌재 선고와 동시에 대통령 직무에 복귀했다. 노 대통령의 직무복귀는 3월12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이후 63일 만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탄핵소추 사유 가운데 지난 2월 두차례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을 한 것은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9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규정은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에게 적용되며, 대통령도 해당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노 대통령이 유감을 나타내고 현 선거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한 행위는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도 헌법 72조가 규정한 대통령의 '국민투표 부의권'을 위헌적으로 행사한 경우로, "헌법수호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위법 행위가 대통령직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이 아니어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파면 결정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중에 박탈, 직무수행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공백 등을 초래하는 만큼 사유도 그에 상응하는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파면 결정은 대통령직 유지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해 정당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탄핵소추 사유 가운데 측근비리 연루, 국정혼란 및 경제파탄 부분 등은 대부분 "판단대상이 아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대통령 변호인단의 국회 탄핵소추 의결 과정의 하자 주장 등도 수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헌법재판소법 규정 등을 이유로 소수의견과 재판관들의 쟁점별 의견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헌재의 기각 결정에 대해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그동안 탄핵문제로 국민에게 불안을 드리고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성명을 통해 "헌재 결정은 국민의 참다운 민의를 헌법기관에서 확인해준 것"이라며 "화합과 상생의 정치가 과거에 대한 무조건적 봐 주기에서 출발하지 않는다"고 야3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김성호기자 shkim@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