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결의로 참여정부 출범 정신을 구현할 것입니다."14일 새 출발점에 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첫 다짐이다. 참여정부의 소명인 '개혁'과 '국민 통합' 그리고 '경제 살리기'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론은 이구동성으로 우선 대통령 리더십부터 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 정치학자는 "대통령은 승부사이기 이전에 국정을 제대로 챙기는 훌륭한 일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예측 가능한 개혁' '혼선이 없는 정책 집행' '상생과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참여정부 1기는 정책 혼선과 갈등으로 얼룩졌다. 한 학자는 "개혁 로드맵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르는 정책, 막가파식 싸움같은 정치 등이 지난 한 해의 특징이었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혼선의 1차적 책임을 대통령과 행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 정책의 불투명성은 시장의 불확실성과 투자 및 내수 위축 등의 악순환을 낳았다. 요즘에는 당정 내부에서조차 성장·개혁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재경부와 공정거래위는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등을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했으므로 곧바로 정책 기조가 정리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그간의 혼선을 생각하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해 3월 당시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가 법인세 인하 방침을 밝히자 노 대통령은 즉각 "조세 형평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노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뒤에는 '2만달러 국민소득'을 새로운 기치로 내걸어 정책의 중심을 '성장'쪽으로 급선회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지난해에는 부안 핵 폐기장 건설, 새만금 사업,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 화물연대 파업 등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됐다. 여권의 핵심 인사들이 기본 노선 등에 대해 공통 분모를 찾지 못해 정책 혼란이 가중됐다.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와 '재신임' 약속 등의 정치적 승부수는 혼선을 부채질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폭탄 발언을 해서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여권은 "야당과 재벌 등 보수·수구세력의 발목 잡기 때문"이라고 탓할지 모른다. 그러나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권은 더 이상 '네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국민 동의가 필수적이다. 노 대통령은 개혁의 비전과 윤곽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지금도 여러 갈래 목소리가 존재하는 재벌개혁, 언론개혁, 정치개혁, 국가보안법 개정 등에 대해 큰 방향을 제시하고 중심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정책 혼선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언행이 신중해야 한다. 경희대 정하용(鄭夏龍) 교수는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여권이 이념과 노선에 대해 큰 틀의 합의를 이루고 그것을 바탕으로 구체적 정책을 놓고 토론해야 한다"면서 "노 대통령은 말을 10분의 1로 줄이겠다는 각오로 책임 있는 언급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려대 김병국(金炳局) 교수는 "우선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며 "경제 회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따진다면 정책 혼선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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