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북일 간 최대 현안인 일본인 납치문제의 해결을 위해 북한을 다시 방문키로 결단을 내렸다.일본에 귀국한 피랍자 5명의 가족 8명의 무조건 추가 송환을 요구하는 일본과 5명의 평양 귀환을 통한 가족 의사 확인을 주장하는 북한의 원칙론이 맞서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은 2002년 10월 이후 중단돼 왔다.
양측은 2월9일과 5월4일 정부간 공식 교섭, 그 사이의 수 차례 비밀교섭을 거치며 피랍자 5명의 평양 마중 대신에 일본 정부 최고책임자인 고이즈미 총리가 다시 북한을 방문한다는 해결방식에 합의했다.
2002년 9월17일 전격적인 방북으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납치를 시인 받아 문제해결의 물꼬를 텄던 고이즈미 총리는 "가족과 빨리 재회하고 싶다"는 피랍자 5명의 요청도 감안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직접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는 책임감과 의욕을 보여왔다.
북한측은 고이즈미 총리를 다시 평양에 불러들여 체면을 유지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기만 하는 납치문제를 정리하고 일본으로부터의 인도지원이라는 실리도 취하려는 것 같다.
또 핵 문제 해결 때 미국에 의한 안전보장 약속과 더불어 가장 큰 대가라고 할 수 있는 북일 국교정상화를 통한 경제지원을 내다보며 국교정상화 교섭을 북핵 6자회담과 병행해 진도를 나가두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2002년 방북에도 우려를 표명했던 미국은 핵 문제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의 고이즈미 총리 재방북 추진을 우려 섞인 시각으로 지켜 보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남북 군사회담 합의에 이은 북일 정상회담은 북핵 6자회담에서 한미 중 일의 공조를 흐트러트리고 미국을 고립시켜 보려는 북한의 외교 전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인도적 문제인 피랍자 가족 재회의 조속 해결 필요성과 핵·미사일 문제 해결 후 국교정상화, 국교정상화 후 경제지원이라는 일본의 대북정책 수순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미국측에 설명해 이해를 얻어낼 방침이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과 피랍자 지원단체에는 "사망자·행방불명자의 추가 조사와 진상규명 및 북한의 책임추궁 등 납치문제의 완전 해결을 접어둔 채 가족 추가 귀국으로 끝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남아있어 이 문제의 해결 수위가 일본 여론의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