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서 살아 남으려면 아프지 말아야 하고, 식탐도 자제해야 하고, 쓰레기 처리기술도 지녀야 한다."경기 파주출판단지 책장이들은 각종 편의시설이 부족한 그곳 현실을 이렇게 비꼬고 있다. 2002년 입주를 시작해 현재 80개 출판사, 상주 인구가 1,600명에 이르고 있지만 생활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식당과 편의점이 최근에야 생겼고 우체국, 문방구, 약국, 병원은 아직도 없다. 최근에는 일부 출판사가 쓰레기를 분리해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주시가 일주일 넘게 수거를 거부하는 바람에 사무실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있다. 이 밖에 셔틀버스 배차시간과 요금지불방식이 불합리하고, 노선버스 연계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참다 못한 사람들은 출판단지조합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한편,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달 개설한 온라인 커뮤니티(pajubookcity.cyworld.com)를 중심으로 환경개선을 위한 집단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커뮤니티를 대표기구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회원은 궁리, 돌베개, 문학동네, 보리, 보림, 사계절, 창비, 한길사 등 단행본 출판사 소속 편집자 70여 명. 모임을 이끌고 있는 창비 어린이출판부 신수진 차장은 "친목도모와 함께 불편한 일을 하소연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상시적 모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합측 관계자는 "내달에 상가가 문을 열게 되면 불편이 해소될 수 있는데, 너무 성급한 것 같다"며 못마땅하다는 표정. 하지만 "대중교통 노선 확보나 병원 유치 등은 조합으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실토했다.
내년 말까지 150개 업체가 입주하고, 2008년 본격 출범하는 파주출판단지. 책을 매개로 세계적인 문화·생태도시 건설이라는 원대한 꿈도 좋지만, 당장 그 곳에서 활동하는 출판인들의 최소한의 불편은 해결해줘야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 계발과 기획에 쏟아야 할 출판인들의 정력을 엉뚱한 일에 소모하게 해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자유롭고 창의적이어야 할 사람들을 한 곳에 가두어 획일화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은 마당에 말이다.
/최진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