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힘앨리스 워커 지음·박성오 옮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발행·1만2,000원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자신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음을 믿는 그날, 우리는 지구의 어떤 존재만큼이나 자유롭게 되리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떡갈나무가 소나무와 다르듯 우리 생김새는 다르더라도 기실 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것을 보기 시작하게 되리라는 것을."
많은 현대 미국작가들이 그렇듯 앨리스 워커(60)의 이름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다. 앨리스 워커는 그러나 토니 모리슨과 함께 현대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여성작가다. 영화 '컬러 퍼플'의 원작자라고 설명하면 "아!"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그녀는 이라크 침공 반대시위에 앞장서는 등 사회운동가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사랑의 힘'은 앨리스 워커의 수필집이다. 또 다른 산문집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 신학자이자 평화운동가인 현경 유니온신학대 교수와 함께 한 '현경과 앨리스의 神(신)나는 여행' 등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모두 방한을 맞아 나오는 것이다. 그녀는 27일 한국을 방문해 강연과 공연, 평화기행 등의 행사를 통해 한국의 독자들과 만날 참이다.
'작가의 행동주의'라는 부제가 붙은 것처럼, '사랑의 힘'은 작가의 실천적 행동을 기록한 것이다. 책에는 흑인인권운동과 여성할례 폐지운동, 미국의 쿠바봉쇄정책 반대 등 앨리스 워커가 '옳다고 믿는 것을 행동에 옮긴' 다양한 사회활동과 그에 대한 신념, 인간과 사랑에 대한 믿음 등이 담겼다.
흑인이고, 여성이라는, 그녀의 마이너리티 의식은 자연에서 구원을 얻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책은 기독교 이데올로기가 백인 남성 유일신의 이미지를 통해 흑인 또 여성의 정체성을 말살시켰다고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워커가 대안으로 찾는 것은 자연이라는 '어머니 여신'이다. "창조가 무엇이든 그로부터 우리는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 멋진 지구 위의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한다"면서 "자연은 우리 자신이 되기를 바란다는 충고를 할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 무엇이든 구원받을 수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무엇이든 지킬 수 있다"는 그녀는 새로운 기도를 알려준다. "죄많은 인간에게 말을 건네주시고 축복하소서. 삼킬 듯한 불길의 위험 속에 있는 이를 잡아주소서. 그리고 주여, 제가 더 이상 기도할 수 없을 때, 이 모든 것을 조금도 못 느끼는 당신의 약한 종인 저를 돌보아주소서."
워커는 피부 색깔을 학문의 분류에 쓰는 것을 거부하고, 흑인 페미니스트라는 용어 대신 '우머니스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의지를 갖고 용기있게 행동하며, 성별로 인간을 구분하지 않고 남녀 모두의 생존과 총체적 인간성에 몰두하며, 약한 자를 아끼고 돌보는 '우머니스트'에 대한 믿음의 뿌리를 산문집 '사랑의 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인 가정의 하녀로 일하면서 자식들을 키우는 힘겨운 생활 가운데서도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는 데서 기쁨을 찾고, 정원의 꽃으로 교회를 장식해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준 어머니의 삶이, 책에 묘사돼 있다. 워커는 그런 어머니의 인생에서 희망을 찾는다. 어머니처럼 이름없는 흑인여성들이 실천하는 사랑의 힘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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