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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고공행진 어디까지

입력
2004.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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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끝 모를 고공행진을 연일 계속하며 대세 상승기에 들어섰다.11일(현지시간)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선·현물 가격이 14년 만에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하루만인 12일 또다시 선물가격이 전날보다 0.71달러 상승한 40.77달러를 기록,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1983년 선물시장 개장이후 최고치(90년 10월11일 40.42달러)를 갈아치운 것. 국내 원유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이틀연속 내림세에서 반전, 1.34달러나 급등한 34.93달러로 치솟으며 35달러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유가의 계속된 고공행진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저지선인 40달러(이하 WTI기준)가 이미 깨졌고 또한 추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유가 40달러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까지 폭등, 세계 경제를 '새로운 오일쇼크(New Oil Shock)'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미국의 투자전문업체 알라론 트레이딩사 소속 필 플린 분석가의 말을 인용, 35달러에서 만족할 만한 공급 물량이 나오지 않은 이상 얼마동안 40달러선이 기준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전했다. 플린은 중국에서 아직 별다른 석유소비 둔화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지만 유가가 45달러 이상 오르면 중국에서도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산업 정보지 퀘스트 마켓 에지의 케빈 커 편집인도 이날 CBS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선 이후에는 어디까지 상승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중동지역 정세는 불안하기만 하고 석유개발기구(OPEC)의 증산 약속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전세계 26개 공업국들의 에너지 정책에 조언을 하고 있는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증산이 치솟고 있는 유가를 잡기는 역부족이라는 견해를 내놓으며 '유가 40달러 시대' 지속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바크레이캐피털은 미국의 휘발유 재고 감소, 중국과 선진국의 석유소비 증가, 중동지역의 공급 안정성 문제 등을 들어 올 여름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론을 제시했다.

이런 고유가 지속 전망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과 석유산업 분석가들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유가가 아직도 80년대 초 제2차 오일쇼크 당시에 비해 높지않고 상승폭도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면서 유가 급등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편 OPEC 석유장관들은 다음 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비공식 회의를 갖고 최근의 유가 급등을 진정시키기 위한 산유량 증산 조정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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