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나라당 천막당사에는 원내대표에 도전장을 내민 인사들의 출마선언 행렬이 잇달았다. 아침 일찍 안택수(대구·3선) 의원이 찾아왔고 이어 김덕룡(서울·5선·DR)의원, 마지막으로 김문수(경기·3선) 의원이 다녀갔다. 19일 치러질 원내 대표 경선 구도가 본격적으로 짜여진 것이다.캐치프레이즈로 DR은 '경험 경륜'을, 김문수 의원은 '개혁', 안택수 의원은 '경제'를 내세웠다.
DR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로 국회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했고 김문수 의원은 "바른개혁을 통해 당당하고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안택수 의원은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각 후보들의 구호는 뒤집으면 곧 그들의 약점이다. DR은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에 비해 구시대 인물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당장 안택수 의원으로부터 '3김시대의 낡은 외투'라고 공격당했다. 이에 DR은 "여당이 그렇다고 우리가 따라가면 늘 2등을 한다"며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면 경륜과 정치력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문수 의원에 대해서는 일각의 정체성 의심, 박근혜 대표에 대해 지나친 대립각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의원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각각 상징하는 박 대표와 김문수는 한나라당의 투톱으로 너무 잘 어울린다"며 "한나라당 생활 10여년이면 정체성 의심도 접을 때 아니냐"고 답했다. 안택수 의원은 "박대표도 TK인데 원내대표마저 TK가 될 수 없다"는 영남 불가론에 직면해 있다. 안 의원은 이에 "역(逆)지역주의 발상"이라고 반박한다.
현 구도는 DR과 김문수 의원이 2강을 구축한 가운데 안택수 의원이 추격하는 모양새다. DR은 김무성 정의화 맹형규 의원 등이 지지를 선언했다. PK를 중심으로 한 민주계 출신과 수도권 일부, 중진그룹이 지지기반이다. 김문수 의원은 홍준표 이재오 의원이 지지를 선언했고 소장파에서 원희룡 의원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3선그룹과 수도권이 뒤를 받치는 형국이다. 안택수 의원은 TK 의원들의 지지를 기대한다.
남은 기간 동안 지역구도와 선수, 성향에 따라 다양한 합종연횡이 가능하고 구도도 출렁댈 가능성이 엿보인다. 변수는 역시 초선 의원들이다.
일단 수적으로 121명중 62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지역 구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데다 이런 저런 계보의 영향권에서도 거리가 있다. 각 진영이 표 계산에 골머리를 앓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소장파들의 지지여부도 변수다. 당초 DR쪽에 서있었지만 김문수 의원의 출마로 누구를 지지할지 갈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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