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국의 미녀 3총사입니다. 저희를 사시면 맛있는 초밥도 사드리고, 노래방에서 화끈한 댄스도 보여 드릴게요."13일 오후 1시 연세대 학생회관 글로벌라운지. 기모노를 곱게 차려 입고 150여명의 학생으로 둘러싸인 무대에 오른 일본 출신 안도 리카(24)씨 등 여자 외국인 유학생 3명은 자신들을 비싸게 사 줄 남학생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안무를 하면서 노래도 불렀지만 가격이 7만원에서 더 이상 오를 생각을 않자 안도씨는 "난치병에 걸려 누워 있는 아이를 위한 일입니다. 2주 동안 일본어 무료강습도 해 드릴게요"라고 서툰 한국말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애원이 통했는지 미녀 유학생 3명은 10만원을 부른 한 남학생에게 '기쁜 마음으로' 팔려갔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과 세브란스병원이 공동주최한 '사랑의 경매' 행사는 지난해 봄·가을에 이어 이번이 3번째. 소아암 심장병 등 난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개최되는 행사이다. 올 봄 '매물'은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해외동포 및 외국인 유학생 등 총 15개팀 20여명. 이들은 커피 데이트, 무비 데이트, 운동 데이트, 외국어 과외 데이트 등 갖가지 이벤트를 내걸고 손님을 끌었다. 이날 최고가의 영광은 현재 모 케이블 채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는 미국인 스티븐 리비어(32)씨에게 돌아갔다. 그는 영어 과외와 영화 데이트를 함께 내걸어 15만원에 한 여학생에게 낙찰됐다. 이번 행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 160여만원은 간경변과 대사장애로 6월 간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는 김보라(7·가명)양을 위해 쓰여지게 된다.
행사에 참여한 호주인 유학생 매트 스태퍼드(21)씨는 "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어린이를 돕는 행사라는 말을 듣고 기꺼이 참여했다"면서 "주머니 사정이 뻔한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행사여서 낙찰가가 기대만큼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고맙고 기쁘다"고 말했다. 5만원에 일본인 여자유학생 고바야시 미에코(22)씨와 행운의 데이트를 하게 된 컴퓨터산업공학과 2학년 이영민(21)씨는 "보라도 돕고, 일본인 친구도 사귈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선뜻 주머니를 열었다"며 즐거워했다.
현재 김양이 입원해 있는 연세세브란스병원의 김명훈 사회사업팀장은 "3,000만원이 넘는 수술비 때문에 보라 가족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학생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보라의 건강한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