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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그리운 맛-동치미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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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그리운 맛-동치미 국수

입력
2004.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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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담가둔 동치미가 푹 익었다. 땅 속에 묻어둔 항아리에서 동치미 국물을 꺼내 한 사발 들이킬 때의 그 시원함이란…. 국수를 말아 먹으면 말 그대로 '동치미국수'가된다.동치미국수의 계절이 돌아 왔다. 원래 동치미국수는 겨울철에 즐기는 함경도 음식이지만 냉장고는 물론 김치냉장고마저 생활필수품이 된 요즘에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됐다. 아니, 따뜻한 계절에 즐겨 먹는 별미라고 해야 더 정확할 듯 싶다.

마치 살얼음이 깔린 듯 얼음이 서걱서걱 얹힌 빨간 동치미 국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흐른다. 국수를 말아 훌훌 마실 때 온 몸에 퍼지는 상큼함은 그 무엇에 비길 수 없다.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으면 그 자체로 훌륭한 입가심이 된다. 그리고 왕만두나 김치만두, 혹은 주먹밥을 곁들이면 세상이 내 것 같은 포만감을 느낀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치미에 얽힌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 법하다. 아궁이에 연탄을 떼던 시절, 연탄가스를 마셨다 싶으면 제일 먼저 동치미 국물을 찾았다. 또 술 마신 다음날도 어김없이 동치미 국수로 속을 달랬다. 얼큰한 듯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한 모금은 쌓였던 간장의 피로를 시원하게 날려 버린다. 동치미란 말 자체로 얼마나 정겨운가.

● 동치미란 무를 통째로 혹은 크게 썰어 절인 뒤 국물을 흥건하고 심심하게 담근 김치를 가리킨다. 주 재료는 무, 파, 고추, 마늘, 생강, 소금 등이며, 국물에 거품이 일 정도로 약간 익으면 찬 곳에 두고 먹는다.

파, 고추, 마늘, 생강은 동치미 국물에 녹말 분해 효소를 제공해 주고 소금은 채소에 들어있는 소화 효소를 용출시킨다. 동치미 국물을 마시면 소화에 좋은 이유다. 동치미는 담근 후 적당히 숙성시킨 다음 찬 곳에 보관해야 맛과 영양을 오래 유지하고 부패도 방지할 수 있다.

양평리버타운 (031)772-2222 경기 양평군 강하면

www.river-town.co.kr

지하 800m의 암반수에서 끌어 올리는 게르마늄 생수로 담근 동치미 국물 맛이 일품. 살얼음이 잡혀서 나오는 국물과 국수 면발, 그 위에 채를 썬 무와 오이, 메추리알을 놓고 참깨를 뿌려놨다. 금방 삶은 국수를 얼음같이 찬 물에 헹궈내 면발이 매끄럽고 쫄깃하다.

이 집은 원래 약수터로 유명한 곳. 게르마늄 성분이 풍부해 주말이면 물을 떠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다. 추를 이용해 수맥을 판단하는 것으로 유명한 임응승 신부가 "좋은 물이 나올곳"이라고 짚어줬는데 이후 11년째 무료로 약수를 떠가도록 개방하고 있다.

동치미국수(4,000원)와 곁들여 먹는 메뉴로는 왕만두(5,000원)가 인기. 부추 등 속이 알차 한 개만 먹어도 허전한 배를 달래준다. 식당 입구 한 켠에 놓인 가마솥에서 24시간 끓이는 도가니탕(1만원)과 설렁탕(5,000원)도 이 집의 자랑. 사골과 도가니, 잡뼈를 가득 넣고 끓여 진하면서도 담백하다. 큰 그릇에 도가니가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 24시간 오픈.

함경도 죽여주는 동치미국수 (031)591-4632 남양주시 하도읍 금남리, (031)576-4070 남양주시 조암면 송천리

이름처럼 동치미국수 맛이 '죽여 준다'는 뜻으로, 10여년전 남한강 강변의 조그맣고 허름한 곳에서 시작한 것이 동치미 국수 전문식당의 대명사가 됐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주인 김철환씨가 함경도 출신인 할머니가 집에서 해 주시던 동치미국수 맛을 그대로 낸다. 배추와 무를 소금에 절이고 항아리에 넣어 각종 양념과 함께 숙성시켜 만드는데 구체적인 노하우는 절대 비밀이라고. 친동생에게도 안가르쳐 준다고 한다. 손님들이 동치미국수나 국물을 싸달라고 해도 절대 포장해 주지 않는다. 맛의 비결이 외부로 새나갈까봐서다.

살얼음처럼 살짝 언 국물은 겨울이건 여름이건 한결같다. 같이 나오는 동치미 배추를 죽죽 찢어 국수를 싸서 먹는 방법이 독특하다. 면발 위에 채 썬 배추와 무, 청양고추가 곁들여 있다. 4,000원. 김치만두(5,000원)와 녹두전(1만원)도 별미.

현재 '죽여주는 동치미국수'라는간판을 내건 집이 전국적으로 70곳을 넘지만 직영점 두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김씨와 무관하다. '죽여주는'이라는 단어가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특허청 상호등록이 거절되는 사이에 같은 이름을 내건 집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났다. 때문에 김씨는 차별화를 위해 최근 상호 앞에 '함경도'를 덧붙였다.

김치방 (02)780-2489 여의도 KBS별관 뒤

10년 전통의 김치요리 전문점. 함경도 스타일의 동치미국수를 맛볼 수 있다. 서소문에서 동치미국수 한가지 메뉴로 오픈할 때부터 손님들이 줄을 섰다. 안주인 김진주씨가 함경도 집안으로 시집와 물려받은 손 맛을 보여 준다. 원래 있던 식당 건물이 재개발돼 2000년 여의도로 이전했다.

김치와 무를 적당히 섞어 20일 이상 숙성시켜 시큼한 맛을 낸다. 담궜던 포기 김치를 송송 썰어 국수 위에 얹고 참기름과 참깨를 뿌려서 낸다. 공기밥을 시켜 말아 먹거나 해장용으로 찾는 직장인들이 많다. 4,000원. 주먹밥(4,000원)을 시키면 볶은 김치 주먹밥과 멸치 속으로 채운 멸치주먹밥이 각각 4개씩 나온다.

김치에 멸치육수, 생수, 새우를 넣고 끓여낸 김치국밥(6,000원) 김치전(5,000원) 김치전골(5,000원) 김치와 홍어삼합 등 다양한 김치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의기양양 (02)3443-7330 서울 선릉역 인근

열무김치를 넣은 시원한 동치미 국물 맛을 볼 수 있다. 새벽 6시까지 영업해 술 마신 손님들이 해장용으로 많이 찾는다. 4,000원. 얼큰이 칼국수(3,000원)와 꽁치를 넣어 끓인 꽁치 김치찌개(5,000원)의 구수한 맛도 별미이다.

/양평·남양주=글 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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