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위로 내리쬐는 햇볕이 따갑게 느껴지는 화창한 봄날, 친구들과 한담을 나누거나 밀렸던 수다를 떨면서 여유롭게 차 한잔을 마시고 싶어진다. 뜨락이 있으면 더욱 좋겠지.그럼 분위기 좋은 커피숍을 찾아볼까? 아니, 요즘 화두는 티 카페라던데…. 티 카페(Tea Cafe)는 이름 그대로 커피보다 차(茶)를 마시는 열린 공간이다.
일찌감치 자리잡은 티포투를 비롯, 영국풍의 런던아이, 프랑스 티 브랜드 니나스, 세테비안 등 티 카페가 젊은이들의 발길을 유혹하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티 카페를 찾는 문화가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할 정도다.
티 카페는 커피를 주로 파는 일반 카페나 커피숍과는 전혀 다른 향취를 풍긴다. 은은한 조명, 고풍스러우면서도 모던한 분위기, 안락하면서도 고전적인 소파와 테이블, 골동품에 버금가는 찻장과 탁자들…. 여기에 감미로운 음악까지 곁들여지면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한 공간, 혹은 동화 속에 나오는 ‘그림의 집’에 빠져있는 듯 하다.
차 한 잔을 시켜도 커피숍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뜨거운 물을 담는 팟(주전자)과 티 리프를 거르는 스트레이너, 보온병 등이 테이블을 장식한다. 커피숍의 캐주얼한 이미지에 비해 한결 여유와 운치가 배어난다. 차 한잔을 마시러 잠깐 들르는 곳이라기보다는 시간과 전통을 즐기는 문화공간에 더 가깝다. 어서 빨리 푸르트 티나 허브차, 아니면 녹차나 홍차 중에서 한잔을 골라 마시고 싶어진다.
티포투 (02)735-5437 종로2가 www.t42.co.kr
1970~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이라면 대부분 한번쯤 찾았을 곳, 카페 레스토랑 ‘반줄’이 ‘티의 전당’으로 변신했다. 1998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하피스트 이기화씨가 시작한 티 카페다.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가구, 집기 등 각종 소품들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특히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앤티크하면서도 안락한 느낌. 1층은 초록, 2층은 빨강, 3층은 보라, 지하는 노랑 등 층별로 차 색깔에 따라 다른 느낌의 컨셉을 표현했다. 홍차 허브차 녹차 우롱차 등 45가지 종류의 차를 맛볼 수 있다. 열대 과일향이 나는 릴리차가 특히 인기.
안주인 이씨가 매일 저녁 하프 연주를 직접 들려 준다. 은은하면서도 감미로운 하프 연주가 시작되면 손님들은 하던 대화를 중단하고 음악에 취한다. 손님들이 피아노 연주를 직접 해 볼 수도 있다. 6월부터는 지하층에서 와인도 판매할 예정.
런던아이 (02)546-4323 압구정동, 2645-2206 목동점
이름 그대로 영국 전통을 중시하는 티 카페로, 영국에서 구입해 온 홍차를 내놓는다. 인테리어 소품 중에도 영국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다. 입구에 들어서면 소뼈가 들어간 본차이나 주전자와 찻잔들이 전시된 진열대가 눈에 띈다. 실내에는 차 향이 가득하다. 고전적이면서도 우아한 인테리어 분위기가 창 밖에서 봐도 매력적이다.
바닐라와 살구로 만들고 꿀을 첨가한 드림타임은 이 곳의 대표 차. 달콤하면서도 향긋하고 카페인이 없어 피로를 풀어준다. 잉글리시 후르츠, 터키에서만 맛볼 수 있는 터키시 애플 등 푸르트 티 종류가 다양하다. 로얄 잉글릿 밀크 티, 장미꽃과 베르가못으로 만들어 부드러우면서 향기로운 애프터눈 티 등도 잘 나간다. 밀크티는 반드시 100℃ 이상 끓는 물로 만들고 찻잔도 소뼈가 많이 함유된 영국 본차이나를 고집한다.
르살드 마티네 (02)3444-2673 청담동
본래 이름은 ‘우뗄드보 메종드 떼 르살드 마티네’로 꽤 길다. ‘드보호텔의 찻집, 아침 햇살이 드는 방’이란 뜻이다. 각 방마다 차와 관련된 색깔과 나라를 따로 표현했다. 레드룸은 홍차와 중국을, 옐로우룸은 우롱차와 인도, 그린룸은 녹차와 유럽을 상징한다. 입구쪽은 파란 색으로 칠해져 있고 차를 담아두는 티 캔(차 통)들이 벽 전면을 장식한다.
200여가지 다양한 차를 갖추고 있는데 봄에는 사쿠라티, 여름에는 머스캣(청포도)이 특히 잘 나간다. 직접 블렌딩한 차도 있다. 홍차 중에서도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인도산 홍차, 독일산 허브티 등이 인기 메뉴.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성순씨가 컨셉을 잡았다.
세테비앙 (02) 557-8835 강남역 인근
컨셉은 유러피안 티 하우스. 1층부터 3층까지 그리스식 기둥과 창틀, 새하얀 테이블보와 벽면 등 흰색 톤으로 꾸며 우아하면서도 화사하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20대 여자 손님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커피보다 홍차가 더 잘 나가지만 밀크티가 특히 인기 메뉴다. 우유를 홍차를 센 불에 같이 끓이는 것은 이 곳만의 전매특허. 차 향이 우유에 우러난다. 홍차도 2가지 이상을 섞어 사용해 구수하면서도 꿀이 들어가 달콤하다. 허브 티와 후르츠 티 등 다양한 차가 있다. 이름은 불어로 ‘즐겁고 맛있게 드셨습니까’의 합성어.
니나스 (02)3445-3454 명동
영국인들이 차 잎 자체의 향을 느끼는 스트레이트 티를 선호한다면 프랑스 인들은 여러 향이 섞인 티를 즐겨 마신다. 니나스는 프랑스의 유명 홍차 프랜드. 홍차에 각종 향과 아로마를 추가하거나 블렌딩한 ' 아로마티'를 마실 수 있다. 올 초 니나스 단일 브랜드 티만을 전문으로 제공하는 티 카페로 문을 열었다.
다즐링, 우바, 아쌈, 기문 등 4가지 전통차를 비롯, 다양한 플레이버 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중국 기문차를 베이스로 블렝딩된 티들이 특히 한국 사람 입맛에 잘 맞는다고 한다. 티를 마시기전 종류별로 유리병에 담아놓은 티의 향을 맡아본 후 티를 고를 수 있다. 티를 주문하면 적절하게 우려낼 수 있도록 모래시계를 같이 서빙한다. 클래식 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를 살렸다. 여성고객이 90%이상. 6월에 홍대점도 오픈한다.
카페뎀셀브즈 (02)2266-8947 종로3가
에스프레소 카페이면서도 고객들이 홍차를 많이 찾는 곳. 영국산 최고급 홍차브랜드인 웨지우드의 티와 잼, 도자기 등 제품군을 한자리에서 취급하는 드문 곳이다. 웨지우드와 잭슨브랜드의 다즐링과 브랙퍼스트, 얼그레이 티가 주요 메뉴. 홍차와 우유를 따로 시켜 밀크티를 마시는 사람이 많다.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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