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초반에 등장해 형사 송강호의 말투와 행동을 흉내낸 꼬마를 기억하는지. 어이 없어 하는 송강호 표정에도 아랑곳 없이 세네 번 ‘개인기’를 펼친 그 꼬마가 바로 이재응(13)이다. 이제는 꼬마라고 할 수 없는 어엿한 중학1년생인 그가 이번에는 설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간첩으로 몰린, 우스꽝스러운 시대의 희생양으로 변신했다. 다시 한번 송강호와 호흡을 맞춘 ‘효자동 이발사’에서다.영화는 대통령 전속 이발사 성한모(송강호)의 1인극에 가깝지만, 성한모의 아들 낙안으로 나온 이재응도 성인 배우 못지않은 연기를 펼친다. 극중 초등학생으로 나온 낙안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전기고문을 받는 장면. “간첩 김신조 일당이 설사병에 걸렸으니 설사를 하는 너도 간첩”이라는 말도 안되는 취조에도 불구하고, 낙안은 생글생글 웃기만 한다. 오히려 자기 몸을 통과한 전기로 입에 물고 있던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낙안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오히려 관객 가슴을 후벼 판다.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지만 배우로서 감수성은 타고났다”는 게 두 번이나 같이 연기를 한 송강호의 평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사회장에서 “영화 끝나고 시사회를 볼 때가 가장 재미있어요. 잘 봐 주세요”라며 얼굴을 붉히는 아직은 순진한 소년. 내레이션까지 맡은 ‘효자동 이발사’에 이어 최민식 주연의 ‘꽃피는 봄이 오면’(추석 개봉)에서도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아역 배우임에 틀림없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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