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중국발(發) 원자재 대란에 이어 이번에는 '중국발 식량 대란'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어 대비가 요구된다.13일 농업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내 경작농지 감소 등으로 식량생산 자체가 지속적으로 급감하고 그결과 식량 비축량도 대폭 감소하는 등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세계 식량시장에서 연간 5,000만톤 이상의 식량을 수입, 전 세계 곡물 가격을 폭등시키는 '중국발 식량대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공급부족으로 곡물가격 급등
중국발 식량대란의 징조는 이미 심상치 않다. 중국의 1·4분기 곡물가격은 공급부족이 심화하면서 단기간 내에 20%이상 폭등하며 세계 곡물시장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국무부의 발전연구중심(DRC)에 따르면 올들어 밀 가격은 20%정도 상승했으며 쌀과 옥수수도 각각 18%, 1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DRC는 이 같은 가격 상승이 가을 수확철 이후 햇곡물들이 시장에 나오는 올해 말에나 진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내 식량 부족은 수요측면보다는 공급측면에 기인하고 있다. 중국의 곡물생산량은 1950년 9,000만톤에서 98년 3억9,200만톤으로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3억2,200만톤으로 감소, 5년간 캐나다의 한해 곡물 수확량을 넘는 7,000만톤이 줄어들었다. 또한 경지 전체에 식량작물을 심는 식부면적도 90년대에는 70%를 넘었지만 2002년에선 67.2%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1999년 3억600만톤이던 곡물 재고가 2003년에는 1억900만톤으로 감소하는 등 불과 4년만에 절반으로 떨어졌다. 올들어서도 쌀 재고량은 전년에 비해 30.5%, 소맥과 옥수수는 각각 28.5%. 53.5% 감소했다. 현재 중국내 소비량의 10% 정도인 6,000만톤의 곡물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재고는 2년내 바닥이 날 형편이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정연구센터 김태곤 부연구위원은 "현재의 중국내 소비증가와 재고수준을 감안한다면 향후 2∼3년간 생산부족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세계적으로 식량대란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지구정책연구소(EPI)의 레스터 브라운 소장도 최근 '중국 곡물 수입 증가가 세계 식량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곡물수확 감소가 전 세계 곡물가의 폭등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식량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시장 곡물 빨아들이기
브라운 소장은 심각한 곡물 부족 위기에 직면할 중국 정부가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곧 세계시장에서 연간 3,000만∼5,000만톤의 대규모 곡물을 수입할 것이며 이는 세계 곡물 비축량이 30년만에 최저 수준인 상황과 맞물리면서 곡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계 곡물의 생산량은 전년 대비 0.5% 증가한 18억3,118만톤, 소비량은 1.3% 증가한 19억3,688만톤으로 1억톤이상 모자랄 전망이다. 이에 따라 93년이후 20%대를 유지하던 재고율이 올해는 16.3%로 급감할 전망이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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