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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박물관기행-강릉 '참소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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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박물관기행-강릉 '참소리 박물관'

입력
2004.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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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은 발명할 것이 많이 남아 있어 300년을 살고 싶다고 했는데, 나는 300년을 살아야할 만큼 수집할 것이 많습니다.” 참소리 축음기ㆍ에디슨 박물관의 손성목(61) 관장은 아직도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그의 수집 인생의 결정체인 참소리 박물관은 100여년에 이르는 세계 축음기의 역사를 집약하고 있는 곳. 축음기를 비롯해 1,000여종의 특허를 가졌던 ‘발명왕’ 에디슨(1847~1931)이 살아있었다면 뒤로 나자빠질 만큼, 그의 모든 발명품이 다 있다.

손 관장이 40여년 동안 60여개국을 돌며 모은 소장품은 축음기 등 기기 7,000여점과 레코드판 15만장. 이중 축음기, 영사기, 전구 등 에디슨 발명품이 800여점에 이른다. 1992년 강원 강릉시 송정동에 지상 3층, 연건평 400평 규모로 자리잡은 박물관은 장소가 좁아 이 중 30% 정도만 전시하고 있다.

그의 열정을 보여주는 일화 하나. 1900년에 제작된 것으로 현재 단 한 대만 남아있다는 축음기인 ‘아메리칸 포노그래프’를 수집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소장자를 찾았지만, 헛일이었다. 그러다 1985년 이 물품이 경매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선 부리나케 아르헨티나로 가던 도중 미국 뉴욕에서 강도에게 피격돼 중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어코 경매에 참가해 전세계 수집가들과의 경쟁 끝에 결국 낙찰받는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했다.

이외에도 최초의 스탠드라고 할 수 있는 에디슨의 벽면부착용 전구, 제임스 와트의 첫 등사기 등 참소리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기기가 상당수다.

당초 손 관장의 수집품은 축음기와 레코드판이었다. 그의 인생 자체가 ‘소리’를 찾는 도정이기도 했다. “다섯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내성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그 때 아버님이 저에게 선물한 축음기 한 대가 제 유년 시절의 친구이자 동반자였죠.”

원산 출신인 그는 6ㆍ25 전쟁 당시 속초로 피난하는 와중에서도 부친이 선물했던 포터블 축음기 ‘콜롬비아 G241’을 품에서 놓지 않았다. 손 관장은 중학교 졸업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축음기와 레코드판들을 모으기 시작, 1870년대 제작된 최초의 소리기록 장치인 틴포일에서 현대의 최첨단 오디오 기기까지 전세계 축음기의 역사를 꿰어찼다.

축음기 수집 중에 자연스럽게 에디슨의 수많은 작품을 만나게 되면서 그의 외길 인생에 빠져들었다. “새로운 발명에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 발명을 했다는 에디슨의 삶을 알게 되면서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됐어요.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에디슨 같은 인물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죠.” 참소리 박물관에는 ‘에디슨 전시실’을 따로 두고 있다. 에디슨을 만나기 위해 굳이 미국까지 가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손 관장이 수집가의 삶을 살 수 있었던 데는 건설사업으로 번 돈도 있지만, 부친이 물려준 유산도 큰 몫이었다. “저의 소리에 대한 사랑과 수집가로서의 삶을 잘 아시는 아버님이 저에게 남겨주신 큰 배려라고 생각해요. 제가 박물관을 여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버님을 위해서라도 세계 제일의 박물관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축음기 소장품에 관한 한 이미 최고 수준에 오른 참소리 박물관은 시설 측면에서도 새 도약을 준비중이다. 조만간 강릉시 경포대 호수변으로 확장이전, 최신 오디오 시설로 꾸민 음악감상실을 만들어 ‘최고 음질의 음악’도 선사할 계획. 그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릉=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가는길=영동고속도로 강릉 IC에서 강릉시청쪽으로 나온다. 시청을 지나 강릉경찰서 방향으로 가다, 송정ㆍ안목항 표지판을 따라 가면 박물관 이정표가 나온다.

■시간 및 연락처=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며 관람료 어른 3,5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 1,500원. 연간회원비는 5만원.

033-652-2500. www.edis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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