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2일 전격적으로 신문시장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한 것은 그동안 말로만 나돌던 참여정부의 언론개혁이 실행단계로 접어드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공정위는 "자체 실무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정황상 여대야소(與大野小) 국회의 등장,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복귀 임박 등 권력지형의 변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언론개혁에 대한 범 정부적 차원의 암묵적 합의에 따라 공정위가 '언론개혁의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추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정위, 언론개혁 총대 메다
실제로 그동안 공정위는 인력부족을 이유로 신문시장 조사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는 수십명의 인력을 한꺼번에 투입, 150개가 넘는 신문지국에 대해 과도한 무가지나 경품 제공여부를 철저히 조사키로 했다.
이번 조사가 "연내 언론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천정배(千正培) 의원이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 선출(11일)된 직후, 그것도 노 대통령의 업무복귀가 확실시되는 헌법재판소 선고(14일)를 이틀 남겨두고 나왔다는 점도 정치적 고려를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또 "위반행위 신고가 접수된 신문사만 골랐다"는 공정위 해명에도 불구, 조사대상에 포함된 6개 중앙 일간지 대부분이 다른 신문과 비교할 때 여권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재정경제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공정위로서는 언론개혁에 적극 나서는 방법을 통해 암묵적으로 여당의 지원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철저히 조사한다
이런 맥락에서 공정위의 조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이뤄지고,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도 이전 수준을 훨씬 넘어설 전망이다. 실제로 공정위 관계자는 "빈틈없이 조사해 위법사항이 적발되면 과징금 부과 등 철저한 시정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정위가 일선 지국이 무가지나 경품을 돌리는데 사용한 자금의 출처를 파악키로 해,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신문사 본사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공정위가 "이번 조사에서 확보한 신문사 지국의 운영자료를 향후 업무자료로 활용한다"고 밝혀, 해당 자료가 정부가 언론개혁 일환으로 추진하는 '공동배달제'의 기초자료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