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가 130억원의 전씨 비자금을 관리하다 덜미가 잡혔다는 사실은 전혀 예상못했던 게 아니다. 차남 재용씨가 비자금 은닉혐의로 구속되고, 처남 이창석씨와 동생 경환씨의 연루 가능성이 제기된 마당에 부인이 관여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차남이 167억원을 갖고 있었는데, 부인이 겨우 130억원밖에 만지지 않았을까'라는 얘기가 오히려 설득력을 지닌다. 양파껍질 벗기듯 불거져 나오는 전씨 비자금 실체는 국민을 거듭 화나게 한다.이순자씨는 검찰에서 "남편이 대통령 재직시인 1983년 재산 신고한 40억원과 기업 비자금 일부를 아버지(이규동씨)와 비서관이 관리해 왔으나, 아버지가 사망하자 (자신이) 직접 채권형태로 관리해 왔다"고 진술했다. 검은돈 관리의 책임을 작고한 아버지에게 돌리는 것은 차남과 입을 맞춘 것 같다.
전씨는 1997년 뇌물죄로 추징금 2,225억원을 선고 받았으나 지금까지 332억원만 추징당했다. 전재산이 통장에 남은 29만1,000원뿐이라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 추징금 1,893억원은 돈이 없어 못 낸다는 억지다.
검찰이 이씨를 전격 소환한 것은 전씨 직접조사를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이씨는 "130억원을 추징금 대납형식으로 국가에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돈은 전씨 비자금으로 확인될 경우 전액 추징당하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이씨가 더 이상의 수사를 막기 위해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전씨의 비자금 은닉이 추가로 있는지 여부와 처남과 동생 부분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전씨가 그 동안 국민을 우롱한 데 대해 사과하고 은닉재산을 공개한 뒤, 추징금을 완납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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