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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매튜 본의 '호두까기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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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매튜 본의 '호두까기 인형!'

입력
200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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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매년 연말이면 전세계 극장에 올라가는 크리스마스 단골 레퍼토리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뭔가 새롭게 만들어보려고 해도 어지간해서는 원작의 그늘을 벗어나기 어렵고 자칫 조잡한 패러디에 그칠 위험도 크다.LG아트센터가 8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영국 안무가 매튜 본의 '호두까기 인형!'은 한바탕 소란스런 뮤지컬 같다. 매튜 본의 무용단 '뉴 어드벤처스'가 공연 중인 이 작품은 엄격히 말해 발레는 아니고 춤으로 엮은 연극에 가깝다. 따라서 발레 고유의 엄격한 형식이나 섬세하고 정제된 아름다움 같은 건 없다. 대신 재치있고 익살스런 장면이 줄줄이 이어져 폭소를 자아낸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그대로이지만, 내용은 불쌍한 고아 소녀의 고아원 탈출기로 바꿔 버렸다. 원작에서 멋진 왕자로 변해 클라라를 꿈 속 동화 나라로 이끌던 호두까기인형이 여기서는 클라라가 짝사랑하는 소년으로 바뀌어 웃통을 벗고 근육을 자랑한다. 못된 고아원장을 혼내는 고아원생들의 신나는 반란과 얼음 호수를 지치는 스케이팅, 알록달록 원색의 만화 같은 차림새로 치장한 과자나라 주민들의 시끌벅적 쇼, 대형 삼단 케이크에서 펼쳐지는 결혼식 축하잔치, 이 모든 꿈에서 깨어난 소녀가 자신을 기다리는 소년과 함께 밧줄을 타고 고아원 창문을 빠져나가는 마지막 장면까지 유쾌한 코미디의 연속이다.

매튜 본은 신선하고 재치있는 발상과 속도감 있는 연출로 재미있는 상업적 오락물을 만들었다. 관객들은 그가 무대에 나와 인사할 때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그렇지만 감동은? 글쎄. 고아원이라는 우울한 현실과 거기서 벗어난 꿈 속 나라의 해방감이 이루는 경쾌한 대조, 그 꿈에서조차 사랑하는 소년을 심술궂은 고아원장 딸에게 뺏기고 슬퍼하던 소녀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자기 옆에 와있는 소년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행복한 반전에서 비롯되는 안도감이 즐겁긴 하지만, 그것이 오랜 여운의 감동으로 남을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안무가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부담없이 즐기면 그만이다. 공연은 30일까지(평일 오후 8시, 토 오후 3시· 8시, 일 오후 2시· 7시. 월요일 쉼) 계속된다. (02)2005―0114, www.lgart.com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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