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58·1993∼2001년 재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 회고록 '나의 삶(My Life)'의 집필을 끝냈다고 미국 언론들이 12일 전했다. 이 책의 초판 150만부는 다음달 말 미국 전역의 서점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며 미 출판계는 벌써부터 이 책의 판매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출판을 맡은 알프레드 A 크노프 출판사는 지난 주 900쪽에 달하는 원고를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부터 넘겨 받아 원고 교정 및 편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출판사측은 "회고록은 8년간의 대통령 재직 시절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담고 있으며 새롭게 드러나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밝히면서 독자층의 관심을 자극했다.
소니 메타 편집장은 "회고록은 흥미진진한 개인 드라마"라며 "그는 자신의 성공은 물론 부부관계와 공직생활에서의 실패, 결점 등도 담담하게 서술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칸소 주지사 시절부터 여성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던 클린턴이 이번에 스캔들의 진상, 특히 전 백악관 인턴 사원인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에 관한 자신의 심정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로서는 93∼94년 북한 핵 위기 당시 클린턴의 대응,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한 시기의 한미관계, 6·15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북미 미사일 협상의 내막 및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좌절 과정 등이 이번 회고록에서 어떻게 다뤄질 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출판사는 초판 150만부가 한달 내에 팔려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오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회고록 집필료로 약 1,000만 달러(118억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고록 표지는 하얀 바탕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먼 곳을 응시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상반신 얼굴사진을 담게 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다음 주부터 6장의 디스크에 회고록을 약 7시간 분량으로 요약해 육성 녹음하는 오디오판 제작에 들어간다. 이 오디오판은 35달러에 시판될 예정이다.
미 출판계는 또 이번 회고록이 전직 대통령 회고록에 관한 징크스를 깰지 여부도 주목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이 여러 차례 회고록을 냈지만 그들 부인들이 쓴 회고록의 판매량을 넘기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제럴드 포드, 로날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자신들의 부인이 쓴 회고록 판매량에 훨씬 못 미쳤다.
따라서 '나의 삶'이 지난해 출간돼 모두 170만부가 팔린 클린턴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회고록 '살아있는 역사'(Living History)의 판매량을 넘어서느냐도 흥미롭게 지켜볼 대목이다. 힐러리의 회고록은 르윈스키 스캔들 등에 대한 뒷얘기들을 실어 한달새 100만부가 팔리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한편 클린턴 회고록 출간을 바라보는 민주당 진영은 불만에 가득 차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집중 조명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클린턴 회고록이 케리 후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분산시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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