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배구대표팀이 세계랭킹 4위의 강호 이탈리아를 격파하고 아테네올림픽 본선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김철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2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여자배구 최종예선에서 최광희, 구민정, 강혜미 등 베테랑들의 투혼에 힘입어 이탈리아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17―25 10―25 25―17 25―18 18―16)로 대역전승을 거두고 파죽의 4연승으로 단독 1위를 달렸다.
8개 팀이 풀리그를 벌이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맞수 일본을 제외하고 약체 나이지리아, 푸에르토리코와 경기를 남겨 놓고 있어 아시아 1위와 전체 3위까지 4개 팀에 주어지는 아테네행 티켓을 사실상 획득했다. 한국은 이로써 통산 9번째, 1996애틀랜타올림픽 이후 3연속 본선진출을 달성했다. 한국은 또 2002년 이후 이탈리아에 4연패를 당한 끝에 승리를 거뒀고 역대 전적에서는 19승8패로 우위를 이어갔다.
실업팀이 5개에 불과한 한국여자배구가 러시아와 이탈리아 등 배구 강국들을 잇따라 제압하고 올림픽 본선 티켓을 조기에 확보한 것은 김철용 감독의 용병술과 노장 선수들의 투혼에 힘입은 것이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31세의 구민정과 30세 트리오 장소연 강혜미 최광희 등 노장 선수들이 학업과 가정생활을 이유로 대표팀 합류를 거부, 선수단 구성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당시 "기술이 뛰어난 이들 노장이 절대 필요한 상황"이라며 선수들을 일일이 설득해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김 감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은 세계배구가 세대교체기에 있어 이번이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라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전은 한국의 투혼과 조직력이 돋보인 명승부였다. 한국은 먼저 두 세트를 내줘 패색이 짙었으나 부상으로 목에 테이핑을 하고 나온 세터 강혜미와 주포 구민정 등 맏언니들의 투혼에 정대영 김세영 김사니 등 후배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대반격에 나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강혜미를 세터로 투입, 3세트를 따낸 한국은 4세트에서 이탈리아의 잦은 범실을 틈타 리드를 잡은 뒤 정대영이 중앙과 오른쪽을 오가며 강타를 내리꽂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은 5세트 9―9에서 파치니니와 센토니에게 공격을 허용해 11―14까지 뒤져 위기를 맞았지만 정대영의 공격과 김미진의 블로킹, 김사니의 서브에이스로 극적인 듀스를 만든 뒤 16―16에서 최광희의 스파이크와 장소연의 블로킹이 터져 승부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14일 오후 6시 일본과 일전을 치른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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