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국내 벤처기업의 반도체 성능측정 장비의 설계도를 빼낸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이들은 빼돌린 설계도를 일본의 협력업체에 보낸 것으로 드러나 국내 첨단기술의 해외유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2일 국내 S사가 개발한 반도체 성능측정 장비 번인챔버(Burn―In Chamber) 설계도를 훔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C사의 강모(42) 부사장을 구속하고, C사의 고모(44) 사장과 S사의 전 생산부장 이모(4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강 부사장은 지난 2월 초 현금 1,500만원 등을 주고 경쟁업체인 S사 생산부장 이씨를 스카우트해 번인챔버 설계도를 확보했다. 강 부사장은 이 설계도로 번인챔버 자체 생산을 추진했다 실패하자 3월 일본의 설계회사 W사에 설계도를 보내 제작을 의뢰했다. 그러나 W사도 설계도만으로는 만들기 어렵다며 설계기술부장 A(43)씨를 한국으로 보내 지난달 22일 경기 성남시 C사의 공장에서 이 회사 직원들과 함께 번인챔버를 분해하던 중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S사의 번인챔버는 섭씨 80∼100도에서 반도체의 성능을 측정하는 장비로서 해외 경쟁업체의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S사는 1995년부터 삼성전자 등에 600억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해 왔다.
경찰은 일본의 W사는 C사의 부탁을 받고 번인챔버 생산을 도와주려 했을 뿐 범죄 혐의는 발견치 못했다고 밝혔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설계도를 확보한 W사가 번인챔버를 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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