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해선 근본적으로 거래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등의 주택시장의 현안을 다루는 주택공급제도검토위원회 김정호(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사진) 위원장은 12일 "부동산 투기는 법의 허점이 큰 원인중의 하나"라며 "거래의 투명성을 바탕으로 매매 차익에 대해 그 만큼의 세금을 부과하면 주택시장은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아파트 분양가는 사실상 생산 원가인데 강제로 공개토록 규제할 사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 업계, 시민단체로 구성된 협회나 위원회를 구성해 이 위원회가 구나 군 단위로 해당지역의 적정 가격을 분기별로 공시하는 '시장가격 예가 고시제' 같은 간접 방식을 통해 시장이 가격을 결정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가 6차례에 걸쳐 분양 원가 공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는데.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는 시장경제 원리에도 반하지만 기술적으로 곤란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주공의 경우 100여 개의 사업장이 있다. 이중에는 적자와 흑자를 보는 곳이 뒤섞여 있다. 사업장별로 원가가 제각기 인데 이를 일률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소송 등 분쟁의 소지만 높일 수 있다. 현재 위원회는 공공택지나 국민주택기금 등 공공 지원을 받은 사업장에 한해서만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
―분양가 안정을 위해 위원회가 별도로 구상하고 있는 방안이 있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비교·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가격 지표 같은 정보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 정부, 업계로 구성된 위원회가 분기마다 단지나 구, 군 별로 아파트 적정 생산원가를 공시하는 '시장가격 예가 고시제' 도입을 적극 추진 중에 있다. 이렇게 되면 주택 공급 업체들은 제시된 예가 보다 터무니 없이 분양가를 올릴 수 없을 것이고, 소비자들도 이 가격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비교, 분석할 수 있어 가격 안정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동안 신뢰할 만한 가격 기준이 없어 분양가가 과도하게 올라간 측면이 높다."
―국민주택규모(25.7평) 이하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규제설도 있는데?
"검토위에 참가한 시민단체가 그런 주장을 했는데, 행정력이 제대로 이를 뒷받침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는 과거 분양가 규제 시대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인데 부작용이 많이 발생한다."
―주택거래신고제가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데.
"정부가 아무리 세제를 강화해도 실거래가를 모르면 단속에 실효가 없다. 그런 점에서 주택거래신고제는 부동산 거래 투명성 확보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인 제도다. 거래 투명성이 확보돼 공평과세가 확립된다면 부동산 투기는 근절된다. 개인적으로 주택거래신고제를 전국으로 확대해 실거래가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신 현행 세율은 낮출 필요가 있다."
―재건축의 개발이익환수에 대해 논의해 왔는데.
"이제 서울에서는 재건축이 아니면 추가적인 주택 공급이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재건축에 대한 개발이익환수는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여기엔 적잖은 기술적 문제점이 있다.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시점에 재건축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이미 개발에 대한 기대 차익을 지불하고 주택을 구입한 경우가 상당수다. 원소유주는 이미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나고, 마지막 소유주에게 모든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재건축 개발이익환수 방안으로 어떤 게 유력한가?
"미국의 경우 주정부가 교육시설 여건을 좋게 해 주변 땅값이 올라가면 그 상승분 만큼 세금을 더 부과하는 특별감정평가지구제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도 재건축을 통해 별도의 개발이익이 생기면 세금이나 현금, 현물 등을 통해 환원해야 한다. 현재는 재건축으로 늘어난 용적률의 일정 부분을 환원 받아 임대주택을 짓는게 유력하다."
―현재 부동산공개념 위원회 위원장직도 겸임하고 있는데 부동산 공개념제도는 추가 도입되나?
"공개념 위원회에서는 공공택지 개발이익환수제와 토지거래신고제 도입을 논의해 왔다. 공공택지 개발이익환수제는 서민 주택은 제외하고 중대형에 대해서만 환수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토지거래신고제는 이미 허가신고 대상 면적을 축소했다. 그러나 10·29대책에서 나온 주택거래허가제는 현시점에선 굳이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신고제만 잘되면 허가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이 있다면.
"강남을 대체할 지역이 필요하다. 판교 등 향후 신도시는 정보기술(IT)과 금융단지, 외국인 유치 등을 통해 자족기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주택 문제는 수요 공급의 괴리가 큰 원인이다. 중산층 임대사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부동산은 투기장이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현재 가장 안전한 투자처다. 부동산에 몰리는 자금을 투기로만 몰지 말고 정부가 시중 부동자금을 흡수할 투자처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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