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치약 역사가 올해로 50주년을 맞고 있다. 현 LG생활건강의 전신인 '락희화학공업'이 1954년 선보인 '럭키치약'과 81년 내 놓은 '페리오치약'은 국산 치약의 대명사로 50년간 고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애경산업이 98년에 선보인 '덴탈크리닉 2080치약'은 독특한 마케팅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LG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럭키 페리오치약∼'이라는 CM송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깊이 박힌 페리오치약은 한때 단일 브랜드로 시장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했다. 출시 후 지금까지 팔린 개수는 무려 5억여개, 국민 1인당 10.4개를 사용한 꼴이다.
페리오의 성공 원인은 이전의 치약들이 단순히 구강 내 청결·세척기능에만 초점을 맞춘 데 반해, 국내 최초로 잇몸질환을 예방해주는 제품이라는 점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또 4∼5년에 한번씩 지금까지 총 5회의 리뉴얼 과정을 거치면서 변해가는 소비자의 취향을 적절히 반영한 것도 성공요인이다.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페리오의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80치약의 기발한 숫자 마케팅이었다. 2080이라는 이름은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 유지하자'라는 세계치과학회의 연구주제에서 따왔다. 숫자로 된 제품명은 벤처·디지털 붐 속에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어 결국 출시 1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10%대로 상승시켰다. 반면 LG치약제품군의 시장점유율은 50% 이하로 떨어져 LG측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LG는 2080의 돌풍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해 페리오치약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1브랜드 3종' 전략을 세웠다. 페리오치약 브랜드 아래 각각 잇몸보호·구취제거·충치예방 성분을 강화한 검(Gum)·브레쓰(Breath)· 캐비티(Cavity)케어 등 3종류의 서브 브랜드를 선보였다. 새 전략으로 10% 이상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2080치약은 이에 맞서 치아미백과 구취제거 성분을 강화하고, 연마제를 사용해 치아와 잇몸에 자극이 적은 리뉴얼 제품을 올 3월에 내놓고 맞불 작전에 나서고 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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