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새 국회 초대 원내대표에 천정배 의원이 선출됐다. 우리당 당선자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색채로 경쟁한 이해찬 의원에 비해 개혁을 보다 강력히 표방한 천 대표를 선택했다. 원내 과반의 집권당 당선자들이 개혁을 선호한 뜻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새 국회가 그런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라면 이는 인정하고 존중한다. 단, 국민을 상대로 마지막 정치적 책임까지 수반돼야 함을 함께 인식해야 할 것이다.개혁우선 노선에 대해 집권당의 책임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딴 데 있지 않다. 불안한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상황에서 국정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전도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천 대표는 "개혁과 민생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개혁일변도는 지양하겠다는 말이지만, 당장 개혁과제로 꼽히는 것들이 민생문제와 동렬이어야 할 정도로 화급한가는 의문이다. 논란과 다툼, 자칫 소모적 정쟁의 소지를 경계하는 것이다. 경제와 민생의 문제를 훨씬 심각하고 중대한 현안으로 올려 놓는 시국인식이 집권당의 원내대표에게 더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천 대표는 여권 내에서도 언론개혁을 시급한 과제로 여기는 진보론자다. 또 국가보안법 개폐, 재벌개혁, 분배위주의 경제개혁 등을 우선 시행하는 것이 총선민의에 답하는 길이라고 주창한다. 잘못은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제도를 바꾸어야 할 것들은 한 둘이 아니다. 개혁이 당위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완급과 선후를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천 대표에게 상기시키고 싶다. 지금 우리 처지는 그렇게 어렵고 연약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에게는 경륜과 포용력에 대한 의문이 따른다. 야당을 향해, 그리고 당내 다양한 세력을 향해 상생과 통합의 리더십을 어떻게 펼칠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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