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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초점 빗나간 軍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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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초점 빗나간 軍 개혁

입력
200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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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충격적이다. 현역 육군대장이 군복을 입은 채로 군 검찰에 불려 다니는 모습이 몇 차례 TV에 비치더니 마침내 수감되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감정은 어땠을까? 또 현역 군 고위 간부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군 출신인 필자 역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현직 장성에 대한 수사가 공개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군에 대한 이미지와 장병들의 사기에 너무나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국가 반란죄나 중대한 파렴치 범죄 혐의가 아닌 한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국방부가 오히려 조사 사실을 흘리고 있었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구속 이유에 대해서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군에서 오랜 관행으로 내려오며 문제 삼지 않았던 사안에 대해 느닷없이 공금횡령 혐의를 씌워 구속까지 해야만 했을까. 이번에 군 안팎에서 갖가지 억측이 나도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문제가 된 신일순 대장은 군단장 시절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재직 중에 총 1억5,800만원의 공금을 유용하여 접대비, 선물비, 경조사비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위 장성을 지냈던 사람 누구에게든 붙잡고 물어 보라. 그들 대부분이 "뇌물을 받았거나 일시불로 착복한 것도 아니고 군과 부대를 위해 일하느라 들어간 비용이다. 3년 간 쓴 돈을 합산하니 크게 보일 뿐"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군 고위직, 그것도 대장이라는 최고위직에 오르면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벅찬 비용이 의외로 많다. 또한 역대 정권들은 한결같이 별도의 예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대민 관계가 중요하다"며 군장성들의 경조사 참여 등을 적극 권장해 왔다. 이런 문제를 왜 군 스스로 갑자기 들추고 까발리며 문제삼고 있는지 그 저의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 군의 수뇌부 구조는 참모부장 제도로 되어 있어 인사권과 무기 도입, 대형 공사 입찰, 대량 구매 등 재정권이 육해공군 각 본부와 국방부에 완전 집중되어 있다. 군 사령관이나 군단장은 부조리에 연루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런 이들을 대상으로 먼지를 털어 대듯이 '고위급 장성' 운운하며 여론재판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혹시 군도 무엇인가 개혁의 '대박'을 쳐야겠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대장급 장성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면 이는 큰 착각이다. 그런 처사는 오히려 진정한 군 개혁의 방향을 빗나가게 하고 초점을 흐리게 할 수 있다.

군 개혁의 핵심 과제는 친일 세력들에 의해 지워져 버린 민족의식을 회복하고 군부독재 옹호세력들에 의해 실종된 인간 존엄의 민주적 가치관을 뿌리내리게 하는 문화와 의식의 개혁이다. 부패 척결 문제도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제도 구축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지휘관과 경리참모, 관계된 참모, 그리고 기무사 요원끼리만 알고 비밀주의로 처리해 왔던 예산 집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집단 감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혁하면 해결된다.

믿고 싶지 않지만, 과거 5·16 이후 이북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던 군 권력을 보안사(현 기무사)가 주동하여 영남세로 이동시켰던 것과 같은 무리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이들의 투서 등이 용인되고 다른 음험한 목적에 이용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군, 특히 기무사의 치우침 없는 엄정한 대처를 촉구한다.

군인을 비롯해 공직자의 부정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철저하게 파헤쳐 반드시 응징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신 대장 구속은 그런 본래 목적의 의미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의(大義)가 있는 신중한 조치를 기대한다.

/표명렬 군사평론가/예비역 육군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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