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구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 민간조직인 금융감독원 등 3단계로 나뉘어 있는 현행 금융감독 체계에 대한 기능개편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감사원의 카드특감을 계기로 정부 일각에서 금감원을 정부 조직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공론화하는 가운데 금감원이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을 요구하며 총력투쟁을 선언, 벌써부터 마찰조짐이 일고 있다.금감원 노조 '공무원화'반대투쟁 선언
금감원 노동조합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원이 카드정책 실패의 책임이 오로지 금감원에만 있는 것처럼 몰아가며 금융감독기구를 정부 중심으로 통폐합, 관치금융을 획책하려 하고 있다"며 금감원 조직의 공무원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금감원을 정부 기구화 해야 한다는 주장은 관료 제일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관치금융 회귀론자들의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 및 중립성 확보를 위한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금감원 노조는 이를 위해 12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 빌딩에서 1,600여명의 전 직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금융감독기구 독립성 확보를 위한 투쟁선포식을 개최한 데 이어 오후 2시에는 감사원장 면담을 위해 감사원을 항의 방문하는 등 본격적인 실력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감독조직 개편과 관련,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인 현행 금감위·금감원 2원 체제를 민간특수법인 형태로 통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공무원 조직인 금감위 사무국은 민간조직인 금감원으로 흡수되며, 금감위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와 유사한 순수 의사결정기구로 축소된다. 금감원 박영규 노조위원장은 "정부측에선 인허가 등 행정권한이 정부의 고유권한에 속한다는 논리로 금감원의 공무원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독립적인 공적기구도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견해"라며 "금감원의 법적 성격을 한국은행과 같은 공공법인으로 규정한다면 금감원도 충분히 행정주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금감원 공무원화'추진
정부 주변에선 감독기구 통폐합이 이미 기정사실로 굳어진 상태. 재경부(금융정책 입안 및 법률 제·개정권), 금감위(감독규정 및 인허가권), 금감원(위임 감독 및 검사권) 등으로 이어지는 다중적인 금융감독 체계의 비효율성을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감사원은 13일 금융감독 기구 개편 방향을 골자로 한 카드특감 결과를 감사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며 정부혁신위원회도 이를 기초로 6월말까지 개편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재경부와 감사원 등에선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하되 통합조직을 정부 기구화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재경부 산하의 금융감독청을 신설해 재경부 금정국과 금감위, 금감원 등으로 분리돼 있는 금융감독 업무를 통합하는 형태다. 이 경우 1600여명의 금감원 직원들은 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금감원 조직이 일시에 공무원으로 전환되는 것이 작은 정부에 역행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금감원이 받고 있는 금융기관 분담금도 일종의 준조세인 만큼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보수 및 직급체계가 공무원과 현격한 차이가 있는데다 금감원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정부혁신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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