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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인생을 맛내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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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인생을 맛내는 비법

입력
200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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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법은 뭘까. 이런 질문이라면 저마다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라면 끓이기에 관한 한 모두들 나름의 비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법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 그러나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법은 우리가 라면을 꺼내자마자 일말의 주저없이 휴지통에 버리는 라면 봉투에 적혀 있다. "물 550㏄를 끓인 후, 면과 스프를 같이 넣고 4분 30초 동안 더 끓이면 됩니다. 기호에 따라 양파, 파 등의 신선한 야채와 함께 드시면 더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라면봉투에 적힌 대로만 끓이면 우리는 최적화한 라면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너무나 간단해 보이는 이 문구는 라면에 관한 한 두번째라면 서러워 할 전문가들이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결과일 것이다. 그러니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고 싶다면 '설명서'대로 끓이면 된다.

모든 쓸모있는 것에는 사용설명서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십자 드라이버는 사용설명서가 없다. 사용법이 너무 단순하기 때문이다. 인생에도 사용설명서는 없다. 인생이 십자드라이버만큼 단순해서일까. 아니면 최적화한 사용법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서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너무 단순하면서도 복잡해서일까. 어쨌거나 인생의 사용설명서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지루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라면 봉투의 설명서를 무시함으로써 매번 다른 맛의 라면을 먹을 수 있듯이.

/김경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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