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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06>사랑의 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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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06>사랑의 묘약

입력
200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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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2년 5월12일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2막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이 밀라노 카노비아나 극장에서 초연됐다. '사랑의 묘약'은 프랑스 극작가 외젠 스크리브의 희곡을 바탕으로 펠리체 로마니가 쓴 대본에 도니체티가 곡을 붙인 것이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네모리노라는 순박한 청년이 대농장주의 딸 아디나의 마음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경쾌하게 그렸다.제목 '사랑의 묘약'은 작품 속에서 엉터리 약장수가 네모리노를 속여서 그에게 판 싸구려 포도주다. 네모리노는 마을 수비대장 벨코레 하사관과 결혼하려던 아디나가 결국 자신에게 마음을 돌리게 된 것이 이 사랑의 묘약이 낳은 효과 때문이라고 믿는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완전히 그른 판단은 아니었다. 아디나는 자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사랑의 묘약을 사먹고 묘약을 더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군 입대까지 결심한 네모리노의 순정에 감동해 마음을 돌리기 때문이다. 그 때 아디나의 눈에 맺힌 액체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네모리노가 테너로 부르는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은 이 오페라 자체보다 오히려 더 유명해졌다.

도니체티(1797∼1848)는 스승 조아키노 로시니, 라이벌 빈첸초 벨리니와 함께 19세기 전반기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오페라 작곡가다. 음악적 천재를 타고났으나 그 재능을 절제하지 못해 무려 70편이 넘는 오페라를 썼다. 당연히, 그 가운데는 태작도 적지 않았다. '사랑의 묘약'과 '연대(聯隊)의 아가씨', '돈 파스콸레' 같은 오페라부파와 '라메르무어의 루치아' '파보리트' 같은 오페라세리아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생애의 마지막 한 해는 광기 속에서 살다가 죽었다. 맨 정신으로 오래 살았다고 해도 행복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주제페 베르디라는 천재가 나타나 유럽 오페라계를 평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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