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28·롯데 마린즈·사진)이 '아시아 홈런킹'의 명예를 지키지 못하고 2군으로 추락했다.이승엽은 10일 밤 삿포로돔에서 열린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경기 후 바비 밸런타인 감독으로부터 2군행을 통보 받고 도쿄로 이동, 2군에 합류했다. 밸런타인 감독은 이승엽에게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을 조절하도록 권유했고 이승엽도 "빨리 몸을 만들어오겠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이승엽은 최근 6경기에서 타율 1할(20타수 2안타)로 극도의 타격 부진을 보인 가운데 8, 9일 2경기 연속 7번 타자로 출장한 데 이어 10일엔 선발멤버서 제외돼 대타로 기용, 2군 추락이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이승엽과 밸런타인 감독을 만나고 돌아온 박노준 SBS해설위원은 "감독이 승엽이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건 결코 아니며 투수 공략 등 생각할 시간을 주려는 배려로 보인다"고 2군행의 의미를 전했다. 박 위원은 또 "승엽이가 렌즈를 주문했을 만큼 눈에 약간의 이상 징후가 있고 또 지난달 23일 볼에 맞으며 생긴 팔꿈치 통증이 팔뚝과 손목까지 번져 정상적 스윙을 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부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야구에 정통한 김성근 전 LG감독도 "자기의 것을 지키면서 적응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타격 폼이 흐트러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심리적으로 몰려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현재 상태에서 그대로 있기 보다는 2군에 갔다 오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최고 선수였던 선동열(삼성 코치) 이종범(기아)이 일본 진출 첫해 겪었던 '1년차 징크스'가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한편 이승엽은 '2군으로 내려간 선수는 10일간 엔트리에 재등록하지 못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르면 21일 1군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주훈기자 nomad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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