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곳이 양수리다. 그곳 어디에 수종사라는 절이 있다는데 풍광이 빼어나다는 소문만 들었지, 아직 가보지 못했다. 내가 아는 것은 양수리의 푸른 물과 그 옆의 푸른 산이다. 그러나 올해는 이 봄이 가기 전에 꼭 그 절에 가서 풍경소리를 듣고 와야겠다.어제 공광규 시인의 '소주병'이라는 시집을 읽다가 갑자기 그런 감동을 받았다. 제목도 '수종사의 풍경'이었는데, '양수강이 봄물을 산으로 퍼올려/ 온 산이 파랗게 출렁일 때/ 강에서 올라온 물고기가/처마끝에 매달려 참선을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수종사의 풍경이라는 것이다. 그 물고기의 살과 뼈는 햇볕에 날아가고 몸은 눈과 비에 얇아지고, '바람이 와서 마른 몸을 때릴 때/ 몸이 부서지는 맑은 소리'로 풍경이 운다고 했다.
그 시집에 실린 시가 모두 빈 병 밑바닥에 남아 있는 몇 방울의 소주처럼 투명하면서 아렸다. 시인은 시를 쓰는 동안 자신을 그렇게 소주병처럼 비워가는 모양이다. 그리고 우리는 시 한 편으로 수종사 풍경 아래에 서 있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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