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카드 연 3.89%, B은행 연 4.00%.'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용 시 부담해야 하는 취급 수수료의 연 환산 금리다. B은행이 더 높은 수수료를 물리는 것 같지만 실제는 반대다. A카드는 이용 금액의 0.5%를 수수료로 부과하지만, B은행은 0.4%밖에 물리지 않는다. 바로 고무줄 환산 방식 때문. 고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도입한 신용카드 수수료 공시가 오히려 고객 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셈이다.10일 여신금융협회와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1년여전 앞 다퉈 도입한 취급 수수료에 대해 카드사들이 고무줄 잣대로 연 환산 수수료율을 산정, 고객들의 부담액은 동일한데도 카드사 간에 최대 1%포인트 가량 공시 금리가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급 수수료란 현금서비스를 이용할 때 수수료율(금리)과 별개로 이용금액의 일정 비율을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현재 카드사별로 0.4∼0.6%를 부과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취급 수수료가 사실상 고객이 부담하는 금리라는 점에서 연 수수료율로 환산해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연 수수료율 환산에 적용되는 '평균 이용기간'이 카드사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 '취급 수수료 X 365(일) / 평균 이용기간(일)'의 공식을 적용할 경우 평균 이용기간이 길수록 환산 수수료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
카드사들이 자체 산정한 평균 이용기간은 1·4분기 현재 적게는 36.5일에서 많게는 46.9일로 최대 10일 이상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동일하게 0.4%의 취급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으면서도 B은행의 연 환산 수수료율은 연 4.0%에 달하는 반면, C은행은 3.32%에 불과하다.
업체들이 '평균 이용기간'을 제대로 산정하고 있는지도 논란거리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실제로 일부 업체는 공시 금리를 낮추기 위해 평균 이용기간 늘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정확한 수수료 정보를 주기 위해서는 업계 전체의 평균 이용기간을 적용해 연 수수료율을 동일하게 산정해야 한다"며 "금융 당국의 허술한 공시 규정이 착시 효과만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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