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내 '대권 잠룡 3인방'의 요즘 언행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대권이란 말이 나오면 "벌써 무슨?"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손사래 치는 일이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이들은 공히 대권과 자신들의 행보를 연계시키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최근 행보에 대권 구상이 묻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최근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는 이는 손학규 경기지사다. 측근들의 원내진입 실패로 위축됐던 그는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손 지사는 10일 김성식 한나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을 정무부지사로 내정했다. 김 위원장은 당의 전략·기획가로 정책실무를 관장해왔고 소장개혁파 모임인 미래연대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당과의 가교 노릇을 하기엔 적임자다. 지역 연고 인물을 제쳐두고 중앙당 인물을 정무부지사에 앉힌 손 지사의 속내에 큰 꿈을 향한 원려가 엿보인다.
손지사는 이날 저녁엔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경기지역 여야 당선자들과 만찬을 함께 했다. 손 지사의 한 측근은 "외자유치 등을 통해 경제지사의 이미지 닦기에 주력하는 게 대권을 위한 왕도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식사정치엔 이명박 서울시장도 지지 않는다. 지난달말 서울지역 국회의원 당선자, 낙선자들과 잇따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최근에는 이상배 김광원 의원 등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과 만찬 모임도 가졌다. 주목되는 것은 이 시장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행보다. 이 의원은 국회 부의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의원들을 상대로 '총선 공신론'을 설파하며 활발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쟁자는 박희태 의원이다. 이 의원 진영에선 "후반기 부의장직은 동생(이 시장)의 대권도전 때문에 이 의원이 맡기 힘든 만큼 전반기에 이 의원이, 후반기엔 박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가 제기된다. 2007년 대선고지를 위해 형제가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표는 어떨까. 박 대표는 6월 전당대회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당내 입지 굳히기를 본격화 했다. 3년 후 대권도전을 위해 잠시 쉬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잠시 머뭇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왕 대표 출마를 굳힌 만큼 당 장악에 두팔 걷고 나설 태세다. 최근 그룹별로 의원들과 잇따라 모임을 갖고 사무처 구조조정 등 당무 챙기기에 나서는 등 어느 때보다 활발한 박 대표의 행보를 그런 시각에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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