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정리는 자주 해도 서랍 정리는 자주 하지 않는다. 책상 정리를 하며 책상 위에 놓아두기도 무엇하고 그렇다고 아주 치워버리기도 무엇한, 또 금방 치우기 귀찮은 물건들은 죄다 서랍 속으로 들어간다.며칠 전 어떤 물건을 찾느라고 서랍을 아예 책상에서 꺼내 그 속을 뒤진 일이 있다. 편지칼, 예전에 쓰던 라이터와 두통약, 수많은 사람들의 명함, 쓰지 않은 수첩, 각종 필기구, 하나는 쓰고 하나는 남아 있는 건전지, 정말 없는 것이 없다.
그 중엔 책상 서랍 속에 넣어두어서는 안 될 물건도 많다. 뒤지다 보니 손수건이 책상 서랍에서 나오고, 부엌용 과도도 그 속에서 나온다.
'어떻게 이런 게 다 서랍 안에 들어가 있을까' 싶게 커피가 말라 찌든 도자기잔과 예전에 재떨이로 사용하던 대접도 그 속에서 나온다.
그걸 바라보다 우리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밥하고 라면만 없지, 정말 없는 게 없네요." 그러고 보니 한쪽 구석에 라면 스프까지 봉지가 터진 채 있는 것이었다. 책상 서랍 속이야말로 정말 또 하나의 감춰진 세상이었다.
이순원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