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기 금리인상' 악재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가 증시가 일제히 폭락하는 '아시아판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 10일 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5.73% 폭락 800선이 무너진 것을 필두로 일본 닛케이 4.84%, 대만 가권지수 3.56%, 홍콩 항셍 3.57%, 싱가포르 2.82% 등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주말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의 예상 밖 호전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6월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지난주 '중국 쇼크'로 허약해진 아시아 증시를 거세게 흔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미 예고된 금리인상 우려에 따른 하락으로는 너무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따라 지수가 하락함에 따른 손절매 물량이 추가 하락을 불러일으키는 심리적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증권 홍기석 증권조사팀장은 "아시아 증시 동반폭락은 특별한 돌발변수 때문이라기 보다는 미국의 저금리 추세와 중국 긴축에 따른 아시아 경제 성장 둔화라는 아시아 증시 내·외 환경이 모두 변화하면서 다국적 자본에게 아시아 증시에 대한 매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 시장에 투자된 다국적 자본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징후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한화증권은 이날 펀드조사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주 아시아지역 펀드에서 4억2,480만달러의 자금이 유출됐으며, 이는 그 전주 9,460만 달러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증시의 폭락 역시 세계2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경기도 중국의 경제상황과 연동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주말보다 4.84% 급락하며 1만1,000선이 힘없이 붕괴됐다. 닛케이는 6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니코글로벌에셋매니지먼트의 쿠와타 요이치 주식담당자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목표 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금리상승에 따른 기업의 비용증가 및 수익하락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증시는 아시아 증시 중 유일하게 상승 출발했으나, 미 금리 인상 우려에 총통 선거 재검표라는 악재가 겹쳐 결국 급락했다. 대만은 3월 20일 실시된 총통 선거 투표 용지에 대한 재검표가 이날부터 시작된다. 대만 가권지수는 장중 한때 낙폭이 4%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밖에 홍콩 증시의 항셍 지수는 3.57%, 싱가포르의 ST지수는 2.82% 하락했다.
삼성증권 홍 팀장은 "향후 아시아증시를 기술적 분석의 시각에서 보면, 유래가 없이 단기간에 지수가 폭락한 만큼 반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국적 자본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반등장세를 이끌어갈 매수주도 세력이 강력하지 않고, 하반기 아시아 경기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점에서 단기간 내에 이전 지수 수준으로 복귀하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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