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분야에서 미―중 관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월관계에 있던 유럽과 중국이 무역 전쟁에 돌입할 태세이다.유럽연합(EU)은 14일까지 중국이 코크스 수출 규제를 철폐하지 않는다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키로 결정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중국에 대한 EU의 첫 WTO 제소가 될 이 조치가 실제로 취해지고 WTO가 위법판정을 내리면 EU는 중국에 관세 보복을 하게 된다.
EU가 코크스 문제를 놓고 중국에 발끈한 것은 코크스가 현재 원자재 품귀의 중심에 있는 철강제품과 뗄래야 뗄 수 없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석탄을 정제해 만들어 해탄(骸炭)이라고도 불리는 코크스는 철광석이 철로 만들어질 때 탄소를 공급하고 철광석을 잘 녹게 하는 필수 원료다.
따라서 철강 가격 상승과 함께 코크스도 지난해 톤당 79달러에서 올 1·4분기 350달러로 급등했다.
그런데 연간 1,300만톤의 코크스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공급국인 중국이 자국 내 수요 충족을 우선하면서 수출을 통제, EU와 일본의 제철 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일본도 중국이 코크스 수출권을 업자에게 할당하는 방식으로 수출량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WTO 제소 검토 방침을 밝혔었다.
특히 EU의 이번 강경 경고는 지난 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이 브뤼셀에서 대 EU 코크스 수출 촉진을 위해 생산량을 확대하겠다는 타협책을 제시한 후 나온 것이어서 중국을 더욱 경악케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EU의 결정에 대해 "중국의 2001년 WTO 가입 이후 유럽은 미국과 달리 타협을 통해 중국과 무역 마찰을 해소해왔으나 이번을 계기로 대결 자세를 본격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 3월 중국이 반도체 제품에 차별적 관세를 매기고 있다며 중국을 WTO에 제소했다.
EU는 중국 건설시장 및 자동차 산업 등을 둘러싼 시장 장벽, 지적 재산권 침해 등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어 코크스 분쟁이 양측간 무역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 마저 있다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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