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탄핵안 가결 이후 10일로 칩거 60일째를 맞는 노무현 대통령의 두 달 생활을 되돌아본다.탄핵 한달 째인 4월11일 해질 무렵, 삼청동 총리공관. 관용 차량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이날 대통령 권한대행인 고 총리가 주최한 만찬에는 노무현 대통령, 전윤철 감사원장, 고영구 국정원장,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부부 동반으로 참석했다. 권력 실세 '빅 5'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례적이다.
탄핵으로 권한정지된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이 처음 동석한 이날 모임에서 두 사람은 미묘한 탄핵 정국을 의식한 듯 서로 예의를 갖추었다. 노 대통령은 탄핵 기간 정국을 안정시켜온 고 총리의 노고를 치하했으며, 고 총리는 노 대통령의 조속한 업무 복귀를 소망하는 덕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에는 기자들과 함께 북악산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칩거 생활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에 비유했다. 그는 이어 "법적인 연금 상태인데 총선 때문에 정치적 연금까지 돼 있으므로 앞으로 두 개의 심판을 거쳐야 한다"면서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상생의 정치'를 펼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4월10일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광릉수목원으로 나들이를 하기 전까지는 청와대 밖으로 외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총선 전에는 열린우리당 입당도 연기하는 등 정치적 언행을 자제했다.
총선 전 생활을 '춘래불사춘'에 비유한다면 4·15 총선 후 그의 움직임은 '정치적 봄을 맞이하기 위한 본격적 워밍업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자 정치적 심판을 사실상 통과했다고 판단한 듯 하다. 그는 4월15일 정동영 의장을 만나는 것을 시발로 연일 열린우리당 인사들과 만났다. 4월21일에는 우리당 선대위 간부 20명과 만찬을 함께 하면서 "용감하게 인당수에 뛰어들었는데 국민이 용왕이 돼서 건져주었다"며 여당의 총선 승리를 축하했다. 노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회동이 잦아지자 '업부 복귀 과속'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5월5일 청와대비서실장 공관에서 우리당 인사 8명과 만나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새 총리로 임명할 뜻을 내비쳐 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3월12일 탄핵안 가결 직후 근로자들과의 대화에서 "곤충은 허물을 벗을 때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고 말한 노 대통령이 어떻게 허물을 벗고 업무에 복귀할지 주목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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