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겼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엽기 괴물 '슈렉'이 돌아온다. '슈렉2'는 슈렉과 피오나 공주의 결혼으로 막을 내린 전편에 이어 드림웍스가 3년 만에 내놓은 3D 애니메이션 '슈렉'의 속편. 디즈니가 애용한 고전동화들을 사정없이 비틀어놓은 전편의 큰 성공이 부담이 됐을 법도 하건만 '슈렉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등, 벌써부터 그에 못지않은 관심과 화제를 몰고 다닌다. '슈렉2'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슈렉의 처가방문기. 5월19일 미국 개봉(한국은 6월18일 개봉)을 앞두고 6일 로스앤젤레스의 랜드마크 리전트 극장에서 열린 시사회장은 웃음바다였다. 부의 상징인 베벌리힐즈를 비롯한 대중소비문화에 대한 가차없는 패러디로 전편의 매력을 계승하면서도, 속편들이 그렇듯 개성 강한 캐릭터를 늘렸다. "전화를 걸면 대개 답을 주더라"고 제작진이 말할 만큼 어떤 스타라도 '슈렉2'에 참여하고 싶은 욕심이 났을 터. 속편에서 새롭게 등장한 '장화 신은 고양이'와 피오나 공주의 엄마 릴리언 왕비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줄리 앤드루스를 로스앤젤레스 한 호텔에서 만났다.
■'릴리언 왕비'역 줄리 앤드루스
올해로 할리우드 데뷔 40주년을 맞는 줄리 앤드루스(69)는 '곱게 늙었다'는 말이 딱 맞다. 그녀의 탄력적인 목소리도 이제는 세월의 무게에 따라 거칠어졌지만, 우아하고 여유있는 지금의 앤드루스의 모습은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여왕이나 '슈렉2'의 릴리언 왕비(사진)로 최근 보여준 이미지 그대로다.
비누방울을 타고 공중을 떠다니고 멋지게 '홀딩 아웃 포 어 히어로(Holding Out For A Hero)'를 부르는 요정 대모를 보면, 앤드루스가 릴리언 왕비보다 요정대모 역을 맡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메리 포핀스'나 '사운드 오브 뮤직'의 젊은 줄리 앤드루스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앤드루스는 "1997년 종양 제거를 위해 목 수술을 받아 지금은 노래를 할 수 없게 됐다"며 "릴리언 왕비는 딸 피오나가 괴물과 결혼한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성의 목소리를 내는 피스메이커"라고 나름대로 캐릭터를 분석했다. "녹음을 하면서도 내 연기가 제대로 목표에 맞게 조준하고 있는지 감을 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은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체험이었다."
릴리언 왕비는 '슈렉2'가 보기 드물게 희화화하지 않는 캐릭터지만, 그녀는 희화화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고 했다. "남편 블레이크 에드워즈가 감독한 '헐리우드의 건달들(S.O.B.)'에서 희화화한 인물을 맡은 적이 있다. 배우는 여러 상반된 이미지를 연기하지만, 가장 성공한 영화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더 이상 노래는 하지 않지만 여전히 바쁘다"는 줄리 앤드루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동서적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고, 아동도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출연한 또 다른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2'도 곧 개봉된다.
■'장화신은 고양이'역 안토니오 반데라스
"전편을 워낙 재밌게 봤죠. 어느날 제작진으로부터 전화가 왔기에 어떤 캐릭터인지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예스'했죠."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느끼하다는 인상을 풍기는 스페인 출신의 미남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44)는 "'슈렉2'에 출연키로 결정하는건 정말 쉽고 간단한 일이었다"고 했다.
스스로 '잡식성 배우'라고 말하는 그답게 공포, 액션, 뮤지컬, 아동물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으며, 직접 감독('크레이지 인 알라바마')을 한 적도 있고, 지난해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나인'에도 서기도 했지만 목소리 연기는 '슈렉2'가 데뷔작.
'장화 신은 고양이'(사진)는 원래 '삼총사'의 달타냥을 모델로 해 영국식 캐릭터로 설정됐으나, 반데라스가 캐스팅되면서 그가 출연한 '마스크 오브 조로'의 조로를 패러디하고 스페인어 억양이 강한 라틴계 캐릭터로 바뀌었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를 조롱하고 있음에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난 배우이지 조로가 아니다."
뭔가를 애원하는 듯한 큰 눈망울로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 자그마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돼보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이었던 모양이다. 반데라스는 그런 고양이 표정을 지어보이며 "권위를 내세우고 섹시해보이는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아주 작고 귀여운 외모를 지닌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고여있지 않고 늘 변해가고 싶다.배우가 속편만 출연하고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그는 7월부터 멕시코에서 '조로' 속편 촬영에 들어간다.
/로스앤젤레스=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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