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를 앞둔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문 작성을 놓고 마지막 산고(産苦)를 겪고 있다.헌재는 이미 철통 같은 보안 속에 기각이나 각하, 인용 등 최종 주문(主文)에 대한 다수의견은 도출한 상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등 미묘한 사안을 놓고 재판관들 사이에 이견이 있고, 쟁점별 소수의견을 결정문에 명시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막판 격론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주심인 주선회 재판관은 지난 7일 퇴근길에 "우리가 아주 힘든 상황"이라며 헌재의 내부 상황을 털어놓기도 했다.
헌재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다. 이미 도출된 주문과는 별도로, 결정문에서 노 대통령 발언 등의 위헌·위법성 여부를 어느 수준으로 지적하느냐가 그 첫째다. 기각이나 각하 여부와 상관없이 노 대통령의 향후 행보뿐만 아니라 정계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선거법 위반, 측근비리 연루 정도 등에 대한 결정문 문구를 놓고 헌재는 막판까지 씨름을 벌일 전망이다.
두번째는 주문별, 쟁점별 소수의견의 반영 정도다. 소수의견을 적시하는 헌재 사건에 탄핵심판 사건이 제외돼 있는 법조항을 근거로 9명 재판관 중 다수의견만으로 결정문을 작성한다면 그만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가 않다. 주문별 소수의견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쉽지만, 수많은 쟁점별 소수의견까지 무시하면 자칫 결정문이 부실해질 수 있고 또한 기술적으로도 어려움이 많다. 같은 기각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 사이에서도 선거법 위반 여부나 탄핵사유 추가 가능 여부, 대통령 직무관련성 범위 등 각 쟁점별로 상당한 시각차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헌재는 이라크 파병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주문에서는 9명 재판관 만장 일치로 각하 의견을 내면서도 각하 이유에 대해서는 5대 4로 의견이 갈려, 4명 재판관의 의견은 소수의견으로 개진됐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도 쟁점별로 5대 4 정도의 치열한 법리적 대립이 있을 경우, 소수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세워 헌재가 이를 무시한다면 정쟁의 여지는 축소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헌재의 권위에 상처를 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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