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의 재산세 인상 가이드 라인에 따라 재산세가 큰 폭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서울 강남구가 최근 재산세의 세율을 표준세율보다 50% 낮추는 내용의 조례개정안을 통과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강남구 의회의 재산세율 인하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국가의 부동산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다" "지역 이기주의의 발로다"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고, 지방세법상의 표준세율제도의 폐지 또는 축소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특별시도 이미 강남구에 조례개정안의 재의를 요구해 놓은 상태다.재산세와 종합토지세 등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의 실효세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부동산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높이기 위하여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준비함과 동시에 그 사전조치로서 재산세 과세표준의 산정기준이 되는 시가표준액을 현실화하는 재산세 인상가이드 라인을 확정하여 지방자치단체에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강남구는 행자부의 가이드 라인에 따르게 되면 강남구의 아파트 재산세가 갑자기 몇 배씩 폭등하여 강남구민들의 집단민원이 우려되기 때문에 부득이 재산세율을 인하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그 인하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강남구의 재산세율 인하는 지방세법 제188조 제6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법적으로는 잘못이 없다. 지방세법에서는 재산세 외에 취득세 등록세 주민세 등에 대하여도 지자체에 표준세율의 50% 범위 안에서 가감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표준세율제도는 지자체의 재정적 존립의 기초를 이루는 지방세의 과세요건에 관하여 지자체에 폭 넓은 입법형성의 자유를 허용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지방자치권(과세자주권)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강남구가 재산세율을 표준세율보다 50% 인하함으로써 지자체 간 재산세 부담의 형평성, 특히 그 인접지역인 서초구 및 송파구에 소재하는 재산과의 세부담 불균형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재산세를 비롯한 지방세는 그 지자체의 지역 안에서만 세부담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충분하고, 전국적인 형평성까지 고려하여야 할 이유는 없다. 또한 전국적인 세부담의 공평까지 고려할 권한도, 수단도 갖고 있지 않다. 이는 지방세의 속성이며, 표준세율제도를 인정하고 있는 취지와도 부합하는 것이다. 미국도 각 주별 재산세의 실효세율은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강남구 의회의 재산세율 인하는 다른 지자체의 조례개정의 유발 및 다른 지자체에 속하는 주민들의 조세저항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고 하겠다.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높이는 문제가 중요하고 시급한 정책 과제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하여 조급함에 쫓기어 한꺼번에 재산세 부담을 몇 배씩 올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간에 걸쳐서 점진적 지속적으로 세부담을 높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유세는 거의 모든 국민을 납세의무자로 하는 대중세로서의 성격이 있고, 수익의 발생여부에 관계없이 매년 정기적으로 부과하는 세금이므로 다른 조세에 비하여 조세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급격한 재산세 인상의 당위성 및 정당성에 대하여 지자체를 설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집단적인 조세저항의 가능성에 대하여도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보유세의 강화와 함께 취득세, 등록세와 같은 거래세의 통합 및 인하조치도 동시에 강구할 필요가 있다.
강남구의 재산세율 인하는 강남구 의회의 재의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강남구 의회가 그 관할구역에 소재하는 재산에 대하여 적용할 재산세율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그들의 고유한 권한이다. 다만, 그로 인한 부정적인 파장이 지나치게 크지 않도록 할 의무도 역시 그들에게 있다는 것을 당부하고 싶다.
/김완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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