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인 포로학대 사건이 일부 병사들에 의한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상부 지시 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워싱턴포스트는 9일 미국 국방부 및 법무부 최고위층이 쿠바 관타나모 기지 수감자들에 대한 20여가지 가혹한 심문방법을 지난해 승인했으며, 이 같은 심문이 이라크 수감자들에게도 사용이 허가됐다고 국방부 및 정보당국자를 인용,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관타나모 기지 수감자들에 대한 가혹한 심문은 국방부 고위관리의 허가를 받아야 했으며 일부는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장관의 재가사항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사브리나 하먼(26ㆍ여) 헌병 부사관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포로학대 행위는 죄수들이 심문 전 온순해지기를 원한 군 정보부의 지시 하에 행해진 것”이라고 폭로했다.
하먼 부사관은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를 책임지고 있는 군 정보부 장교들 외 중앙정보국(CIA) 요원, 심문을 담당한 민간요원들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며 “헌병의 임무는 죄수들을 괴롭혀 진술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 조사책임자인 안토니오 타구바 육군소장도 보고서에서 “군 정보부와 CIA 등이 우호적인 심문결과를 얻기 위해 이라크 죄수들에게 정신적, 신체적 기를 꺾는 ‘상태 조성’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며 “관타나모 기지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도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군의 교도소 내 가혹행위는 조직적인 것이었다”며 “미군의 가혹행위는 사진이 폭로된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워싱턴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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