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외국인들이 한국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뚜렷하게 기억하게 될 곳이 있다면 아마 출입국사무소일 것이다. 한국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러 온 사람들은 반드시 외국인등록증 갱신이나 비자 연장을 받으러 그 곳에 가야 한다.내가 처음 그 곳에 들렀을 때 느꼈던 당혹스러움을 잊을 수 없다. 외국인창구가 '미국인(USA)'과 '기타 외국인(other foreigners)'으로 나뉘어 있었다. 창구가 분리된 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직원들이 대하는 태도의 차이였다.
미국인들에게는 깍듯하면서 때로 자신들의 서툰 영어를 미안해 하는 표정까지 짓곤 했다. 반면 기타 외국인 창구 앞은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직원들은 영어를 잘 모른다고 반말로 "너, 여기 뭐 하러 왔어?" "불법 체류 하려는 거냐?"라고 소리쳤고, 심지어 한 러시아인 여성에게는 "매춘하려는 거 아냐?"라고 말했다.
또 한 번은 경찰이 내 바로 앞의 외국인에게 다짜고짜 수갑을 채웠다. 얼마 후 다른 직원이 와서 "그 놈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모 대학 초빙교수로 온 프랑스인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그가 한국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다시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미국인도 유럽의 백인도 아닌 외국인들에게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몇 달 전 경찰이 외국인 기숙사에서 우즈베키스탄 친구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갔다. 비자 문제가 생겨서 몇 달 기숙사비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장학생으로 한국에 온 사람을 흉악범 다루 듯해야 했을까. 한 터키인 노동자는 공항에서 가짜 여권을 가진 이란인으로 몰려 13일간 감옥에 갇혀 갖은 수모를 겪었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힘있고 부유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로 구분하는 순간부터 차별은 이미 시작된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사실로부터 잠재적인 범죄자나 불법 체류자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되는지 모른다. 그 때문에 쉽게 반말하고 때로는 이류 인간 취급하는지 모르겠다.
한국을 찾는 모든 외국인들은 저마다 한국에 대한 기억을 안고 고국으로 돌아간다. 그 때 그들이 한국은 겉으로는 민주주의을 주장하면서 약소국을 침공하고 탄압하는 강대국의 모습을 그대로 본받고 있었다고 말한다면 안되지 않겠는가.
술탄 훼라 아크프나르/터키/서울대 국문과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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