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 허파인 고봉산(해발 207m)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주세요." "개발이익에 눈이 멀어 환경파괴를 조장하는 택지개발사업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지난달 26일 오후6시 경기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고양시청 시장실앞. 고양녹색소비자연대와 고양환경운동연합 등 10개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고봉산 보전 공동대책위원회'소속 주민 20여명은 "수목이 울창하고, 희귀 생물 60여종이 살고 있는 고봉산이 택지 개발(일산2지구)로 파헤쳐지고 있는데, 시장은 뒷짐만 지고 있다"며 밤샘농성을 벌였다. 일산2지구(25만평, 6,100가구)택지 개발사업이 착공된 것은 지난해 9월중순. 이때부터 주민들은 "고봉산자락 1만3,000평이 잘려나간다"며 반발, 지금까지 9개월째 산 진입로 등에서 장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일산구 일산2동 산들마을 뒷편 고봉산 진입로 택지개발지구 현장. 5평 남짓한 녹슨 컨테이너위로 '고봉산을 끝까지 사수합시다'라는 붉은 글씨의 플래카드가 펄럭이고 있다. 이곳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들은 교대로 새벽까지 순찰을 돌며, 새우잠을 자고 있다. 대책위 김미영(35) 사무국장은 "생태계의 보고인 고봉산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갈대숲과 습지 등이 자취를 감출 것"이라며 "고봉산이 생태공원으로 보전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택지급증으로 2007년 광역도시 될 듯
수도권 택지난이 가중되면서 일산신도시 등 고양시 일대가 주변환경과 도로여건 등을 무시한 마구잡이식 택지개발이 가속화해 난개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졸속 택지개발'은 교통난 심화와 환경파괴 등을 유발, 곳곳에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고양시는 용인시와 함께 수도권에서 택지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 고양지역은 현재 일산신도시를 중심으로 화정 행신 능곡 탄현 중산 대화지구 등 모두 9개 택지개발이 완료됐다. 게다가 일산2지구(25만평)와 풍동지구(25만3,000평), 가좌지구(15만평) 등 3곳은 택지개발이 진행중이다. 또 내년부터는 서울 은평뉴타운과 인접한 삼송지구(150만평), 행신2지구(23만평), 식사지구(30만평), 덕이지구(20만평), 벽제지구(20만평) 등 6곳의 택지개발사업이 착공될 전망. 고양시 관계자는 "택지개발 급증으로 현재 86만명의 고양시 인구가 당초 예정보다 2, 3년 빠른 2007년말께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교통대란은 불보듯 뻔해
상황이 이런데도 도로 신설 등 교통망 확충은 답보를 거듭, 교통대란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지역 현안사업인 일산신도시∼서울 은평구 신사동을 잇는 도로개설(3.6㎞)사업은 사업비와 보상비 문제 등으로 5년째 표류중이다. 또 일산신도시∼원당∼서울로 연결되는 310호 지방도(15.8㎞)의 경우 2001년 4차선에서 6차선으로 확장키로 했으나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경의선(서울∼문산) 복선 전철화사업도 고양시와 시민단체 등이 고양시 도심구간(백마∼탄현, 6.5㎞)에 대해 환경피해 등을 이유로 지하화를 요구,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하지만 철도청은 막대한 공사비 등을 들어 난색을 표명, 준공이 당초 예정보다 2년 늦은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주민들과 곳곳에서 마찰
상당수 택지지구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녹지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은평뉴타운과 인접한 삼송지구와 수색에서 가까운 행신2지구 등 200여 만평은 내년부터 그린벨트가 풀려,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변모할 예정.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대규모 녹지공간에 아파트단지보다는 산책로 등이 있는 생태공원이나 문화체육시설을 갖춘 사회복지관이 들어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토지보상가와 주택공급 가격 등을 놓고 주민들과 심한 마찰을 빚는 곳도 있다. 풍동지구 원주민들은 "토지 보상가는 평당 200여만원인 반면, 아파트 분양가는 3배가량인 평당 600만원을 넘고 있다"며 분양가를 내려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고양시청앞에서 분양가 인하 시위를 벌였다. 반면 사업시행자인 대한주택공사는 법적 절차에 따라 보상을 했는데 풍동주민에게만 특혜를 줄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공사 등 관련당국이 개발논리만 내세운 무분별한 택지 개발을 강행, 집단민원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 행정기관도 주민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건설업체들에게 멋대로 허가를 남발,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 고양 난개발 난제들 해법은…
고양지역 난개발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선 계획, 후 개발'을 원칙으로 한 고양지역종합개발사업이 난개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양시가 추진중인 이 개발사업은 지역특성과 입지여건을 감안한 생활권을 설정, 각 도심권이 도로와 학교 등 도시 기반시설을 갖춘 자족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각종 개발은 엄청난 비용 문제와 신·구도시간 심각한 지역격차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종합개발사업의 핵심은 삼송권, 일산권, 화정권 등 3개 권역개발. 삼송권은 지축동, 삼송동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200만평에 친환경 저층 주거단지가 2005년부터 개발되고, 산업단지(20만평)도 갖춰진다. 일산신도시(476만평)가 위치한 일산권은 동양 최대규모의 고양국제전시장(연면적 3만5,270평)을 비롯, 관광문화단지, 아쿠아리움, 대규모 문화센터, 복지시설 등을 건립해 명실상부한 도시자족기능을 갖춘다는 계획도 세워져 있다.
덕양구 대장동과 화전동 일대 화정권 50만평에는 시청 등 행정업무타운 및 테크노 밸리가 들어선다. 또 2008년까지 신도시 등 고양과 서울 진입구간을 잇는 4∼5개 도로 신설 및 확장사업을 추진한다.
그러나 개발사업이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장애는 막대한 비용 등 재원 확보 문제. 경기개발연구원 이상대 박사는 "최소한 수천억원의 예산이 드는 개발사업을 지자체 순수 예산만으로 충당하기는 무리"라며 "중앙정부와 경기도, 서울시 등이 참여하는 범지역개발 기획단 같은 상설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원대 송태수(도시행정학)교수는 "일선 지자체의 경우 도시계획, 교통, 환경, 예산지원 등의 부서간 조율은 물론, 종합적 개발계획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송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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