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 사이에 최대 현안인 일본인 납치문제가 해결을 향해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다.지난 4∼5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렸던 북일 정부간 교섭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재방북을 포함하는 구체적 해결 방안들이 논의된 데 이어 북핵 6자회담 워킹그룹 첫 회합이 예정된 12일을 전후해 북일 교섭이 다시 열릴 것이 확실하다.
"귀국한 피랍자 5명의 가족 8명을 무조건 송환하라"는 일본과 "당초의 일시 귀국 약속대로 일단 5명을 북한에 돌려보내라"는 북한의 원칙론만 맞서던 지금까지의 교섭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8일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중일우호의원연맹 회장과의 회담에서 "해결이 가까워진 인상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변화를 뒷받침한다.
일본측은 가족 8명의 귀국이 실현되면 중단된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을 즉시 재개하고 용천 폭발사고를 명분으로 의약품, 식량 등 인도지원을 실시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2002년 9월 북일 정상회담 때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납치를 시인하고 사과한 것으로 "해결이 끝났다"고 보았던 북한측은 피랍자 가족들과 일본의 여론이 가라앉지 않아 일본 정부가 추가 요구를 해오는 게 불만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북일 정상회담 1주년 때도 나왔던 고이즈미 총리 재방북안이 다시 떠올랐다. 고이즈미 총리가 다시 평양을 방문해 수교 교섭 재개, 일본 내 여론 무마, 인도지원 등을 최대한 담보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하고 북한의 체면을 세워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의 고이즈미 총리 재방북에는 미국과의 조정이 필요하다. 또 북한이 사망 또는 입국 미확인으로 밝힌 피랍자 10명의 가족들과 지원단체가 진상규명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재방북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북일 수교 교섭이 재개돼도 수교와 본격적인 경제지원은 핵 문제 해결 및 북미 관계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북한측이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을 수용할지도 아직 알 수 없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남북 군사회담 합의, 납치문제 교섭진전 등 일련의 움직임이 6자회담에서 미국을 고립시키려는 북한의 외교전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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