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의 풍운아' 백승일(28·LG투자증권·사진)이 다시 정상에 우뚝 섰다. 백승일은 8일 전남 고흥 팔영체육관에서 열린 2004 고흥장사대회 백두급 결승(5전다승제)에서 '원조 골리앗' 김영현(신창건설)을 3―1로 꺾고 2002년 4월 이후 통산 7번째 꽃가마에 올랐다. 백승일의 정상 복귀는 2년1개월 만이다.
백승일에게 우승의 의미는 그 긴 세월만큼 각별했다. 그간의 씨름인생이 극심한 부침을 거듭했기 때문. 순천상고를 중퇴하고 청구씨름단에 들어간 그는 입단 8개월만인 1993년7월 최연소(17세3개월)로 천하장사에 등극, 모래판에 '소년장사' 신드롬을 일으켰다.
타고난 감각과 순발력으로 국내에선 유일하게 '씨름천재'소리를 들었지만 이듬해 9월 천하장사 결승서 팀 동료 이태현에게 사상 최초로 몸무게 차이로 타이틀을 내주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팀이 호남출신인 자신보다 대구출신인 이태현을 편애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97년에는 무릎 수술에 이어 소속 팀이 해체돼 좌절과 방황을 거듭했다. 한때 은퇴했다가 LG에서 다시 샅바를 잡은 그는 2001년 5월 4년7개월 만에 백두급 정상을 복귀했지만 전성기 때의 기량은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천안 장사대회에서는 8강에도 끼지 못해 백호군(2군) 예선리그를 거쳐 이번 대회 청룡군(1군)에 합류해야 했다. 백호군으로 떨어진 게 자극이 돼 마음을 다잡고 한달간 주특기인 잡채기와 안다리를 집중적으로 연마한 결과 이번 대회서 효과를 보았다. 8강과 4강전서 이태현(현대중공업), 황규연(신창건설)을 잡채기로 제압했고, 결승서는 통산전적 4승11패로 열세인 김영현을 3판 모두 안다리로 무너뜨렸다. 백승일은 "어버이날 사랑하는 어머니(안순자씨)에게 큰 선물을 드려 기쁘다. 앞으로 천하장사 타이틀을 되찾은 뒤 명예롭게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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