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날아온 경제학 교수가 정치인으로 변모의 실험을 앞두고 있다. 바로 열린우리당 채수찬 당선자. 1974년 서울대 자연계열에 수석 입학한 그는 80년 미국으로 유학, 라이스대 종신교수로 자리를 잡은 성공한 재미 한국인이었다. 안정적이었던 그의 삶을 하루아침에 변모시킨 것은 3월 초순 한국에서 걸려온 정동영 의장의 전화 한 통이었다.당시 비례대표 출마를 결심한 정 의장은 자신의 지역구를 내주겠다며 "미국에서 걱정만 하지말고 직접 나와서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에서 이라크 파병, 한·칠레 자유무역 협정(FTA)으로 논란이 일 때 등 그간 틈틈이 정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나라걱정'을 하곤 했던 채 당선자는 "자승자박이구나"라는 생각에 결국 3월 12일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총선에서 전국 최다득표로 당선됐다.
사실 그는 정치와 인연이 상당하다.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그는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 대선 직후인 2003년 1월 북핵 위기가 다시 불거졌을 때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한국의 입장을 전달했었고 다보스포럼에는 정 의장을 수행하기도 했다.
라이스대학이 텍사스주에 있는 관계로 텍사스출신인 부시 대통령을 비롯 미국의 정관계에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유신이 선포된 지 한 달도 안된 72년 11월 22일 전국 최초 고교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했다가 제적당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경제 전문가인 그는 최근 성장과 분배 논란에 대해 "초점은 어떤 성장이냐"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성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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