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에게 길을 묻다레너드 믈로디노프 지음
정영목 옮김
세종서적 발행·1만원
1981년 첨단의 연구시설과 천재 과학자를 자랑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칼텍).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두 사람이 있는 이 세계 최고의 학교에 특별연구원으로 부임해온 믈로디노프는 고민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는 과연 과학자가 될 재능이 있는가? 물리학은 나에게 맞는 것일까?
믈로디노프는 청바지 차림으로 강의하며 권위와 독단을 거부한 명랑하고, 장난스럽고, 짓궂고, 호기심 많고, 항상 재미를 잃지 않은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사진)에게서 답을 구했다. 이 책은 만년에 암으로 투병하던 파인만의 연구실을 찾아 그가 나눈 과학과 수학과 창조성, 인생과 예술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연구원시절 성실하게 메모하고 녹음까지 해두었던 파인만과의 대화록을 20년 뒤에 우연히 발견해 그 내용을 중심으로 썼다. 책은 대학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던 과학자가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렸다.
"원숭이가 한다면 자네도 할 수 있네. 가슴이 뛰는가? 중요한 건 재미야." 여러 차례 암 수술을 하며 몸이 쇠약해진 중에도 강의와 연구를 소홀히 하지 않았던 파인만은 때때로 연구실 문을 두드리는 믈로디노프에게 과학자의 자세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파인만의 따뜻하고 희망 주는 이야기뿐 아니라 천체물리학의 강력한 이론 중 하나인 끈 이론을 정립한 존 슈워츠, 파인만과 경쟁자였던 쿼크 이론의 창시자 머레이 겔만 등 칼텍의 천재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촉망받는 과학자였던 저자는 스승의 가름침대로 과학을 포기하고 할리우드 작가의 길을 걸었다. '스타트렉:넥스트 제너레이션'을 비롯해 인기 텔레비전 시리즈를 여러 편 썼으며, 기하학의 역사를 소개한 '유클리드의 창문'도 호평을 받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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