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핵심 중진들의 심야 비공개 회동은 여러모로 사리에 어긋난다. 5일 밤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이뤄진 회동에는 노 대통령 내외가 참석, 국정에 관한 광범위한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에 따라 권한이 정지된 상태이고, 헌재는 집중심리를 통해 다음주 중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헌재 판결을 불과 일주일 여 앞두고 대통령이 집권당 수뇌부를 만났다는 것은 분명한 정치행위이다. 오죽했으면 참석자들조차 이 모임이 논란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 회동 자체를 비밀에 부치기로 했을까. 노 대통령은 지난 달 21일에 있은 우리당 간부들과의 회동이 시비를 불러일으키자, 계획했던 주요 장관들과의 정책간담회를 취소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김 실장 초대로 이뤄진 집들이 행사에 대통령 내외가 합류했다고 설명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대통령이 참석했으면 대통령 행사이지, 초청자가 비서실장이고 장소가 실장 공관이라고 해서 비서실장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임에서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예정대로 국무총리에 내정하고,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가 동반 입각키로 하는 등 여권진용 개편에 대한 원칙도 확인됐다고 한다. 청와대는 사안의 민감함을 고려, 경제난국 돌파 문제가 주로 논의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참석자 중에는 경제전문가가 한명도 없고, 여권의 최대 화제가 개각이었음을 감안하면 여권 개편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노 대통령은 헌재에 탄핵심판이 계류중인 피청구인이다.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국정운용 방향과 개각 원칙 등을 거론하는 것은 근신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며칠 남지 않는 헌재 판결 때까지 자중하는 대통령의 처신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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