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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현대어로 쓴 우리 고전 역사를 알면 재미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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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현대어로 쓴 우리 고전 역사를 알면 재미 두배

입력
200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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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씨부인전김종광 글. 홍선주 그림. 창비

●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

신병주, 노대환 지음. 돌베개

'부인이 계화를 명하여 부적을 던지고, 좌수에 홍화선을 들고 우수에 백화선을 들고, 오색 실을 매어 화염중에 던지니, 문득 피화당으로부터 대풍이 일어나며 도리어 호진 중으로 불길이 돌치며 호병이 화광 중에 들어 천지를 분변치 못하며…. 울대 대경하여 급히 퇴진하며 앙천 탄식하여 가로되…"

지금은 중·고등학교의 중간고사 기간, 고전소설 '박씨전'을 공부하던 아들이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국어책을 들고 온다. 고전을 읽힐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엄마는 현대적 표현으로 풀어 쓴 '박씨부인전'의 해당부분을 찾아 펼친다.

"명월부인은 옥으로 만든 염주를 하늘 높이 던지고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있던 부채를 다가오는 불길 속에 던졌다. 그러자 바람의 방향이 한 순간에 거꾸로 되었다. 피화당으로 다가오던 불길이 도리어 불을 지른 오랑캐 병사들을 향하여 맹렬히 번져 갔다…. 용골대는 피화당으로부터 멀찌감치 물러나서 탄식하였다."

과연 이것이 같은 내용을 표현한 문장인가. 얼마나 감칠맛이라곤 없는 산문적 문장인가. 하지만 어찌하랴, 한자어로 뒤범벅이 된 고어체 문장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데. 게다가 교과서에는 앞뒤 뚝 잘라내고 한 부분만 싣지 않는가 말이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모르면 고전소설에 대한 이해는 반감한다. 그러므로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을 함께 읽으면 완벽한 책 읽기가 될 것이다. 우리 고전소설의 역사적 배경을 다양한 각도로 깊이 있게 살펴본 이 책은 많이 알려진 '심청전'이나 '허생전'과 귀에 선 '은애전'과 '설공찬전' 등 16편의 작품을 다룬다. 각 작품마다 간단한 해설에 이어 작가, 그 작품이 나오게 된 시대상황, 그 시대의 가치관 등을 참신한 시각으로 풍부한 사료와 함께 제시한다.

예를 들어 '박씨전'에서는 그 시대의 중국관계를 광해군에서 인조, 소현세자, 효종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외교노선을 국내 정치상황과 연결시켜 설명한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인 여자, 그것도 천하박색 박씨 부인에게 초인적인 능력을 주어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은 소설이라는 가상공간에서나마 오랑캐 청나라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고 싶은 민중의 욕구를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한다.

우리 고전을 읽기 쉬운 현대어로 격조 있게 만드는 작업은 창비의 '재미있다! 우리 고전'시리즈와 전국국어교사모임인 나라말의 '국어시간에 고전읽기'시리즈에서 하고 있다. 나라말의 시리즈는 '손가락에 잘못 떨어진 먹물 한 방울: 운영전' '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휘날리니: 홍길동전'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춘향전'이 현재까지 나와 있으며 중학생 이상에게 적합하다. 창비의 시리즈는 7권이 출판되었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읽기에 좋다.

강은슬/대구 가톨릭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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