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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아들아, 아빠는 너에게서 인생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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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아들아, 아빠는 너에게서 인생을 배운다

입력
200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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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아, 오늘은 네게 마음먹고 편지를 쓰기로 작정했다."힘내고 사세요! 아빠는 만인의 사람이잖아요. 이제 모든 가정의 아버지죠. 그런 아빠가 힘을 잃으시면 안됩니다∼."

오늘 보내 준 편지를 읽고 얼마나 울었는지…. 마음도 몸도 지쳐 있는 아빠에게 보여준 너의 이런 작은 격려가 아빠에게는 너무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구나.

수 년 전 네가 아빠한테 했던 말 기억하니? 엄마가 학위논문 발표를 끝내고 다시 너희들에게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아빠하고의 전화 통화. 아빠가 "엄마 그곳에 가게 됐으니 그곳은 천국이겠다"하고 농담처럼 던진 말에 네가 그랬지. "아빠, 여기는 미국이고요. 아빠가 오셔야지 천국이에요." 그 말에 아빠는 얼마나 눈시울이 붉어지던지. 김포공항을 나서며 하늘을 보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지. 찬이와 준이에게 죽는 날까지 아빠는 천국이 되겠다고. 찬이의 그 한마디가 아빠에게 인생의 의미를 깨우쳐 주고 아버지란 자녀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일러 주었지. 아빠는 지금껏 그 다짐을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단다.

그리고는 재작년. 아빠가 연구소를 짓느라 힘들어 할 때 섬머 스쿨을 접고 한국에 와서 내내 아빠 곁을 떠나지 않고 위로가 되려고 애를 썼지. 아빠는 그 더운 여름의 추억을 가장 소중한 날로 기억하고 있단다. 네 동생은 엄마하고 먼저 출국하고 둘이 남게 되었을 때 저녁을 먹고 나서 네가 제안했지. 산보나 하자고. 둘이서 양재동 문화예술공원을 거닐던 그 밤 비는 엄청 쏟아지고. 네가 우산을 받쳐들고 아빠한테 했던 말. "아빠, 저는 이 세상에서 아빠를 제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너의 그 한마디에 아빠가 그 날 밤 울고 있었다는 거 너는 모르지. 빗물이 아빠의 옷을 적시는 것만큼 마음은 눈물에 젖고 있었단다. 서로 조금이라도 비를 적게 맞게 하려고 우산을 당겨주면서 서로를 꼭 끌어안고 한 바퀴를 돌았지. 그리고 비에 푹 젖어 집에 들어설 때 아빠는 천하를 얻은 것처럼 그렇게 기뻤지. 너도 언젠가 아빠가 되겠지만 자식들의 영웅이 된다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큰 선물이란다. 아빠는 그 선물을 받기를 그렇게 소망했는데 그 밤, 네가 그 선물을 가득 안겨주더구나.

그리고는 오늘, 너는 또 한번 아빠에게 어떤 소명 같은 것을 심어주었다. 마치 "이제는 내게 더 이상 배울 게 없으니 내 곁을 떠나라"는 준엄한 스승의 말처럼 들리는구나.

여기는 일요일 아침이다. 이메일을 열자마자 네 편지를 받아들고 혼자 많은 생각에 잠겼다. "아빠는 만인의 사람이잖아요…." 이 말, 가슴에 꼭 새겨 매일 매일을 그런 다짐으로 출발해 보마. 사랑하는 아들아, 너도 힘내거라. 세계를 품고 살아가거라. 세상이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그리고 지난번 네가 아빠한테 쓴 편지처럼 네 자신을 굳게 믿으렴. 그 말은 골프의 전설 잭 니클로스가 천재소녀 미셸 위에게 했던 말이기도 하지.

네가 보고 싶다. 무척이나. 그리고 사랑한단다.

/송길원·건강가정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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