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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휴대폰이라는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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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휴대폰이라는 굴레

입력
200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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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한 젊은이들을 특징지을 때 휴대폰을 빼놓기 어렵다. 우리는 '휴대폰 세대'이다. 우리에게 휴대폰은 단순한 통신수단이 아니다. 통화나 문자메시지 등의 기본 기능은 물론이고 TV와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송금이나 인터넷 뱅킹을 할 수 있으며 음악도 들을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카메라와 맞먹는 화질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비상 상황에서는 위성 추적을 통해 경찰서나 가까운 사람에게 휴대폰 소유자의 위치를 전송해 주기까지 한다.휴대폰은 이처럼 편리함을 가져다 주는 반면 젊은 세대를 비난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다. 젊은이들에게 건전한 휴대폰 문화가 자리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느 친구는 학교 수업 시간에 휴대폰을 꺼놓지 않았다가 갑자기 벨소리가 울려 교수님을 불쾌하게 만들고, 어느 친구는 시험에서 휴대폰의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휴대폰을 고장 낸 친구에게 성매매를 시켜 수리비를 받아낸 10대가 경찰에 체포됐다.

솔직히 이런 비난을 들으면 반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인정할 부분도 있다. 우리는 휴대폰이 없으면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애지중지한다. 그렇지만 휴대폰이 없을 때의 불편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얼마 전 도심을 벗어나 멀리 여행을 떠날 기회가 있었다. 급하게 출발하느라 휴대폰을 두고 왔는데 이미 멀리 떨어진 터라 다시 가지고 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그냥 잊기로 했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니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문자 메시지가 오지는 않았을까, 누군가에게 중요한 전화가 오지는 않았을까….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머리 속을 맴돌면서 찜찜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좀더 시간이 흐르자 생각이 달라졌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에이, 전화 좀 없으면 어때? 어차피 여행인데!"하고 생각하자 신기하게도 처음의 불안하고 초조했던 마음이 가셨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실제로 별다른 일이 없었다.

우리들의 삶이 휴대폰에 의해 구속되어 가며 주체성을 상실해 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다양한 첨단 기능으로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 주는 휴대전화가 우리 삶을 구속하거나 수동적이고 피상적인 삶을 살아가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이다. 우리의 휴대폰 문화를 한 번쯤 반성해 봤으면 한다.

/정현 한양대 신방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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