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런 원탁, 허벅지 옆으로 트인 종업원의 드레스, 벽에 가득찬 고량주나 마호타이 같은 술들…. 대중적이건 고급이건 중식당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다.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켠에 자리한 레스토랑 ‘친니’는 이 점에서 좀 독특하다. 꼭 이탈리아 레스토랑 같은데 중국 음식 전문점이라 한다. 겉보기에도, 직원들의 서비스도, 분위기도 이탈리아 레스토랑 느낌을 주지만 음식은 중국 음식이 나온다. 그래서 이 집은 ‘이탈리안 차이니즈 레스토랑’이라고 불린다.
지난 해 봄 가정집을 리모델링해 오픈한 이 집은 입구부터 깔끔하게 정리된 정원 테라스가 돋보인다. 또 1층 로비의 천정 높이가 무려 8m나 돼 마치 갤러리에 온 것 같다.
‘친니’는 중국어로 ‘정중히 손님을 초대한다’는 뜻. 원음은 ‘칭닝’인데 발음하기 쉽도록 ‘친니’라고 했다. 예로부터 성주가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쓰던 말로 정성스러운 요리와 최고의 예우를 갖춰 손님을 맞이한다는 의미다.
외관과 인테리어, 서비스 뿐 아니라 음식에도 이탈리아적 요소가 가미돼 있다. 레드 와인으로 드레싱을 직접 만드는데 대부분 샐러드에 사용된다. 입구 벽면에 설치된 대형 와인 셀러 역시 여기가 중식당인지 이탈리아 레스토랑인지 혼동하게 만든다.
가장 인기있는 일품 요리는 녹차크림소스에 구운 바닷가재 꼬리(1만2,000원). 가재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라는 꼬리에 소스를 얹어 먹는다. 일반 크림 소스에 녹차 성분을 섞어 색깔이 파랗다. 맛 또한 크림의 달콤함과 녹차의 쌉쌀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대신 레몬마늘소스를 택하면 상큼하면서도 향이 강하고 케첩에 고추기름을 섞은 칠리소스는 매콤하다.
검정콩을 발효시켜 만든 블랙빈 소스도 많이 사용된다. 주로 아스파라거스와 가리비에 끼얹어 먹는데 약간 매운 듯 하면서도 담백하다. 2만8,000원(3~4인용). 한국 사람 입맛에 맞게 약간 맵게 만들어선지 목에 더 잘 넘어가는 것 같다. 도미 등 생선에도 이 소스가 잘 어울린다.
한번 튀긴 면에 고급 해물을 비벼 먹는 ‘팔진초면’(1만5,000원)은 대표적인 식사 메뉴. 고소한 면발이 독특하다. 시원한 국물 맛을 찾는다면 조갯살과 굴을 넣어 끓인 사천탕면(8,000원)이 적당하다. 국물은 하얗지만 마셔 보면 매운 맛이 은은히 풍긴다.
실내는 말 조각상, 도자기 등 중국에서 가져온 고풍스런 가구와 집기들로 가득하다. 앤티크하면서도 럭셔리한 것이 컨셉. 때문에 분위기도, 인테리어도 워낙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은 이 집의 장점이면서도 단점이다. 하지만 최근 새 음식과 신메뉴를 내놓으면서 가격도 오픈 때 보다 적잖이 낮췄다. 데이트하는 젊은 남녀, 주부 모임, 비즈니스 접대 손님이 특히 많지만 아는 사람들은 점심시간에 찾아 부담없이 식사한다.
●메뉴와 가격/ 점심코스 1만6,000원부터, 연어와인샐러드, 송이죽생수프, 해산물모듬차이, 레몬치킨, 홍합블랙빈과 꽃빵, 식사, 디저트로 구성된다. 수프 샐러드 메인요리 등 일품 요리와 식사류도 다양하다. 9가지 이상 코스로 제공되는 저녁은 3만8,000원부터.
●영업시간 및 휴일/ 밤 11시까지. 연중무휴.
●규모 및 주차/ 좌석 120석. 룸 5개로 방마다 인테리어 컨셉이 다르게 변화를 줬다. 주차 발레파킹.
●찾아가는 길/ 학동4거리 베니건스 뒷골목
●연락처/(02)3448-4500, www.chinee.net
/박원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