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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자산업 2∼3년내 위기 가능성"/ 美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 회장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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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자산업 2∼3년내 위기 가능성"/ 美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 회장 경고

입력
200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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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전자왕국 일본을 누르고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 전자산업이 2∼3년 안에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음이 흘러나왔다. 전자제품 및 반도체 분야 美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의 최고경영자(CEO)인 데렉 리도(사진) 회장은 6일 "한국이 D램,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휴대전화 등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지만, 2∼3년 안에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SBS 주최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한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전자 산업의 현주소에 대한 가혹할 만큼 신랄한 비판을 가해 주목을 끌었다.

리도 회장은 우선 한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CD 분야를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현재 LCD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에 힘입어 한국이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앞으로 몇 달 뒤면 지속적인 투자를 해온 대만에게 1위를 넘겨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디스플레이 시장은 2006∼2007년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나 과연 한국이 그때도 1위 일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리도 회장은 이어 "한국이 컴퓨터, 모바일 등 특정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로 성공을 거뒀지만, 앞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투자를 확장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위상을 지켜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가 예로 든 것은 PC 분야. "한국 IT 업체들은 HP, IBM 등 이른바 '빅5'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이들이 한국 업체를 견제하느냐 여부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앞으로 전자제품의 스펙트럼을 확대해 더 많은 고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것은 기술력 부재. 리도 회장은 "한국전자산업이 지금은 세계적 위상을 갖고 있지만, 원천기술, 특허기술 등 지적재산권이 취약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로 떠오르고 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를 거론하며 "한국은 2003년 기준으로 전 세계 OLED 특허의 불과 2.5% 정도만 갖고 있을 뿐"이라고 꼬집은 뒤 "첨단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첨단 전자제품을 많이 가지기 위해서는 혁신적 기술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리도 회장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내 전자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CD 분야에서 대만 업체들의 생산능력 안정화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아 올해 안에 추격할 것이라는 분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삼성SDI도 "OLED 분야의 경우 NEC와의 합작을 통해 다수의 핵심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기술력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전자산업이 외형적인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 업체들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데다 사업구조도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도 회장의 경고음이 갖는 의미는 만만치 않다.

LG경제연구원 조준일 연구위원은 "후발주자로서 원천기술 개발보다는 생산·공정기술이나 상품화 역량에 집중에 했던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생존을 위해서는 첨단 기술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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